가족이라는 이름, 이제는 우리 둘에게로
“엄마, 우리 식구는 누구야?”
어느 날, 주원이가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 한마디에 저는 잠시 멈춰 섰습니다.
예전의 우리는 세 식구였습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너.
하지만 이제는 둘이 남았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아빠,
그 부재를 아이에게 설명해야 하는 현실은 늘 저를 어렵고 조심스럽게 만듭니다.
그래도 이제는 말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숨긴다고, 피한다고, 아이가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요.
발달장애가 있어도, 느리고 서툴러도,
주원이는 감정이 있는 아이이고, 사랑의 온도와 함께하는 시간의 무게,
그리고 무엇보다 빈자리의 의미까지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주원아, 아빠는 우리랑 함께 살지 않아.
그렇지만, 우리 식구는 있어. 누굴까?
그래, 엄마랑 주원이야.
엄마는 주원이를 세상에서 제일 많이 생각하고 사랑한단다.”
그 순간 저는 아이에게 한 가지 더 전하고 싶었습니다.
가족은 반드시 셋이어야만, 넷이어야만 완전한 게 아니에요.
우리 둘만으로도 충분히 가족이에요.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대로
우리는 ‘가족’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말해줬습니다.
“주원아, 누가 뭐라 해도
엄마는 네 편이야.
가족은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늘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란다.
엄마는 그럴 거야.
언제 어디서든 너와 함께할 거고,
무엇보다 너를 믿고 사랑할 거야.”
우리 주변에는 활동지원 선생님도 계시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늘 곁에서 힘이 되어주십니다.
모두가 우리 삶에 따뜻한 빛을 더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진짜 ‘식구’는
늘 같은 공간에서 울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바로 너와 나입니다.
이 글을 쓰며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처럼 둘만 남은 가정도,
오히려 더 강하고 단단한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버티는 많은 엄마와 아빠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다 함께 이 ‘빈자리의 시간들’을 지나며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주원아,
혼자라고 느끼지 말고
우리 둘이서 재미있게, 즐겁게,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하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