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떠나는 날 Oct 09. 2024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그렇게 나는 내가 걷기 시작한 해외 취업이라는 길 앞에 서게 되었다. 여러 갈래로 놓인 복잡하게 얽힌 이 길을 하나의 길로 좁혀가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문제는 '어떤 직무로 취업을 시작할 것인가'였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지만, 그동안 명확한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전공을 최대한 살려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통계학을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이나 프로젝트 매니저와 같은 직무로 취업을 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대학교에 다니며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한 분야이기에 나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분야였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어느 나라에서 첫발을 내딛을지였다. 사실 난 처음부터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비자와 기회를 찾아보던 중 J1 인턴십 비자 프로그램이 내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때마침 산업인력공단에서 진행하는 K-move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해외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무엇보다 현재 나의 경력과 학력 수준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도전을 시작하긴 했지만 나는 겁이 많은 타입이었기에 J1비자에 대한 후기를 찾아보면 100개 중 99개는 좋지 않은 후기들이었다. '만만한 한국 회사에 가서 노예노릇만 하다가 돌아온다', '한국에서 그런 회사에서 일한 경력은 쳐주지도 않는다 시간낭비다'라는 부정적인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난 잠깐 이 도전에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내 인생 처음의 도전이고 내가 현재 처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에, 내 결론은 후회하더라도 끝까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이 1년은 나를 위한 투자였고, 나의 가능성을 증명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 그렇게 결심한 순간, 난 후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미국 취업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후, 본격적으로 K-move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영어 실력도 턱없이 부족했던 터이기에 이 프로그램에 합격하기 위해 영어 면접을 필두로 준비하여 한 달간의 집중적인 준비 끝에 나는 프로그램에 합격했고, 마침내 미국 취업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프로그램에 합격한 후에는 약 6개월 동안 함께 참여한 동기들과 미국 취업을 위해 준비에 매진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영어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취업을 위한 영어 이력서 작성법과 면접 기술을 익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해외 취업만을 위한 전방위적인 훈련 과정이었다. 아이패드를 바꾸는 바람에 굿노트에 있던 내가 준비했던 기록은 사라지긴 했지만 100장이 넘도록 치열하게 준비했다.



준비 5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여러 곳에 제출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다양한 회사에 지원서를 냈다. 몇 차례의 전화, 화상 인터뷰를 거쳐봤지만 미국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밤을 새워 준비하는 노력과 기대와는 달리 쉽게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그래도 난 몇 차례의 인터뷰를 거치면서 점점 더 성장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면접을 볼 때마다 조금씩 더 자신감이 생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서 나만의 강점을 더 잘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실수로부터 배우고, 실패를 경험 삼아 더 나은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여러 번의 도전이 쌓여갈수록 나의 역량은 눈에 띄게 발전했고, 마침내 그 성장이 한 회사에서 '마케팅 데이터 애널리스트(Marketing Data Analyst)라는 잡 타이틀로 결실을 맺으며 합격이라는 기회를 내게 안겨주었다.


수많은 이력서 제출과 면접 끝에 받은 첫 오퍼였다. 처음 오퍼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 마치 20년이 넘게 닫혀있던 문 밖에서 기다리던 내가 드디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도전은 비로소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로써 나는 먼 나라이지만 귀는 아주 익숙한 지역 LA라는 곳에 도착했다.


작가의 이전글 진정한 나를 찾는 도전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