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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oomoon Sep 14. 2024

부모님의 멜로디

늦게 깨달은 사랑의 선율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릴 적 부모님이 하신 말씀들이 하나씩 이해되고 공감되기 시작한다. 한때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기 싫었던 잔소리들이, 이제는 따뜻한 멜로디처럼 마음 깊이 스며든다. 어릴 적엔 그저 지겨운 잔소리로만 들렸던 그 말씀들이, 왜 이제야 이해되는 걸까. 


 어린 시절, 나는 부모님의 말이 그저 나를 속박하는 족쇄처럼 느껴졌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집에 일찍 들어오라는 말, 공부하라는 말,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는 말. 그때는 그 모든 것이 나를 구속하는 것 같았다. 엄마 아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래서 때로는 반항하고, 때로는 문을 쾅 닫으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곤 했다. 그러면 부모님은 어김없이 한숨을 내쉬며, “나중에 네가 부모가 되어봐야 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그토록 듣기 싫었다. 


 시간은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고, 어느덧 부모가 되었다. 첫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나는 그제야 부모님이 느꼈을 무게와 사랑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며 매 순간 불안했고, 조금이라도 다칠까 노심초사하는 나를 보며 어릴 적 엄마가 하던 말들이 떠올랐다. 아이가 자라면서 병치레를 할 때면, 그 작은 몸이 힘들어하는 걸 보는 것이 나에게는 큰 고통이 되었다. 그때마다 어머니가 내게 했던 걱정 어린 말투가 생각났다. “몸이 아프면 공부는 나중에 해도 된다. 건강이 최고야.” 그 말이 어릴 때는 그저 핑계 같았는데, 이제는 그 말의 무게를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첫걸음을 떼고,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할 때,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그 순간 나는 내가 했던 반항들과, 그 모든 잔소리들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왔다. 부모님은 언제나 나를 위해 걱정하고, 나의 행복을 바랐을 뿐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들을 외롭게 했다. 나는 부모님이 해주신 모든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걸 해주지 않으면 원망했고, 더 잘해주지 않으면 서운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나에게 주고 싶어 했던 마음이었음을. 


  어느 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통화 음성이 너무 작게 들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래된 전화기라서 그런 거란다. 새로운 전화기를 사드려야겠다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됐다고 하셨다. 어차피 자주 쓰는 것도 아니고, 괜찮다고 하셨다. 그 말이 그때는 그렇게 가볍게 느껴졌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속에는 얼마나 많은 외로움이 담겨 있었을까. 자주 연락도 드리지 못하고, 찾아뵙지도 못하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오래된 전화기를 손에 쥐고 계셨던 엄마. 그때 내가 했던 그 말이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부모님은 어느새 너무 늙어 있었다. 어머니의 손은 주름지고, 아버지의 걸음은 느려졌다. 내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기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렸다. 자식은 나이가 들어서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처럼, 나도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부모님이 자주 했던 말씀들, 이제는 그 말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그 말을 다시 듣기엔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은 여전히 나에게,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주고 계신다. 나는 이제야 그 사랑의 무게를 이해한다. 부모님의 멜로디는 나의 삶 속에서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 그 멜로디는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눈물겹지만, 그것이 나를 지켜주는 힘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는 것은,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남긴 멜로디는 우리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앞으로도 계속해서 울려 퍼질 것이다.  


 부모님께서 주신 그 멜로디를 이제는 내가 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들도 나의 말이 잔소리로 들리겠지만, 시간이 흘러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겠지. 나도 그때가 되면 부모님의 마음을 진정으로 깨닫고, 그리움과 미안함을 담아 부모님을 더 기억하며 살아가야겠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그동안 너무 늦게 깨달아 미안하고, 이제라도 당신들의 멜로디를 내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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