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들리는 너의 목소리
90년대가 시작되면서 미국에서부터 불어닥친 얼터너티브 록의 바람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너바나(Nirvana)를 위시한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과 오아시스(Oasis), 블러(Blur), 라디오헤드(Radiohead) 등의 영국 밴드들의 영향을 받아 대한민국의 록은 '모던 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지표를 향해 서서히 나아가고 있었다. 이 즈음 활동했던 밴드로 '언니네 이발관'이나 '델리스파이스' 같은 이름들을 댈 수 있겠다.
'록은 시끄러운 음악이다'라는 편견이 있다. 앞서 편견이라고 밝혔듯, 록 음악이라고 해서 반드시 시끄러운 것은 아니다. 오늘 소개할 델리스파이스의 음악만 봐도 큰소리로 내지르는 법이 없다. 조곤조곤 옆사람에게 말하듯이 노래하는데, 문제는 너무 많이 말해서 중독되어 버릴 것 같다는 점이다(...).
3번 트랙 '챠우챠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주문을 거는 듯한 보컬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그 목소리가 귓전에 자꾸만 왱왱거린다. 심지어 이 노래가 끝나고 다음 노래로 넘어가고 난 뒤에도 잔향이 남아 있을 정도다.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중독성을 노리고 만든 노래이며, 수능 금지곡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야 할 것이다.
평단에서는 이 앨범을 두고 마치 우리나라 모던 록의 효시인 것처럼 떠받드는데, 나는 솔직히 말해 그리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겠지. 주로 비교 대상이 되는 '언니네 이발관'의 경우 듣자마자 한 번에 좋아졌었는데. 두 팀의 음악 색깔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좋고 한쪽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내 마음은 정상일까. 나도 나를 알다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