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서호주 진출에 대한 고찰
새벽녘, 아직 어둠이 깔린 거리.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조용히 문을 여는 작은 카페. 고소한 커피향이 코끝을 스치고, 잠든 감각을 깨우는 듯한 부드러운 음악이 흐른다.
나는 조심스럽게 한 잔의 커피를 주문한다. 시원한 얼음이 가득찬 커피 글라스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아직 텅 비어있는 테이블 하나를 택하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침 거리는 점점 활기를 띈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차량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도시가 깨어나는 소리가 하나 둘씩 모여 아침의 심포니를 연주한다.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날 일들을 생각해본다. 기대되는 일, 걱정되는 일, 해야 할 일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나만의 시간에 집중한다.
커피 한 잔이 비워지는 즈음, 나는 일어나 밖으로 나선다. 이제 완벽하게 깨어난 나는, 활기찬 하루를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스타벅스가 서호주에 진출한다 한다.
개인적으로 스벅 커피 특유의 다크로스트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고, 단 한 번도 커피가 특별히 맛있다고 느껴본 적도 없다. 그래도 카라멜 마키아또,더블샷, 녹차 프라푸치노에 자바칩 추가, 크랜베리 치킨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서호주의 로컬 카페들의 커피 수준은 생각보다 상당하다. 맛있는 음식의 핵심은 신선한 재료이듯, 맛있는 커피의 핵심은 프레시한 원두다. 커피 전문가는 아니기에 정확한 정보가 아닐지는 모르나, 콩이 프레시 할수록 약하게 볶아, 커피 특유의 산미를 극대화한다. 직접 콩을 볶는 곳도 많고, 로컬 로스터리로부터 약배전 된 신선한 콩을 받아쓰는 곳도 많다.
하지만 별다방은 어떠한가? 리저브 지점은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약간 다르다 느껴지기도 하지만, 글로벌 체인 특성상, 서울 한남동 한복판이건, 시애틀 본점이건 같은 맛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선도 유지가 비교적 쉬운 다크로스트 블렌드를 이용하고, 버튼만 누르면 자판기처럼 뽑혀 나오는, 누가 뽑아도 동일한 퀄리티의 에스프레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내가 10여 년간 거주하며 느낀 서호주인의 전형적인 특징은, 그 종류가 무엇이던, 어떠한 경로로 직접 무언가 더 확연히 좋다는 걸 경험하기 전엔, 굳이 원래 해오던 것들을 절대 변화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특히 자주 가는 식당, 혹은 카페가 그러하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커피를 주문한다. 한번 굳어져 버린 취향이란 건 쉬이 바뀌는 게 아닌데, 서호주인들은 이게 엄청나다. 좋게 말하면 일관성, 다른 시선으로 본다면 새로운 것에 굳이 도전을 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쪽 로컬 카페들의 핵심 운영 방침은 첫째도 단골, 둘째도 단골이다. 한번 잡은 단골은 사장의 노력 여하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지만 대부분 충성고객이 된다.
또 한 가지, 이곳의 카페는 대부분 아침 점심, 소위 브런치 장사를 병행한다. 국내 브런치 가게처럼 멋들어진 카페도 많지만, 대부분의 호주 내 카페들의 포지셔닝은 우리네의 김밥천국, 기사식당, 해장국집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스타벅스가 CBD의 오피스 거리에서 장사하는 커피집들처럼, 오피스 아워의 짧은 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서 커피랑 간단한 빵 종류나 팔려고 서호주에 진출하려는 건 아닐 거라 본다. 결국 이쪽에서 세를 넓히려면, 돔이나 커피클럽처럼 음식장사를 병행하며 로컬라이징을 해야 하는 게 핵심이라 본다. 하지만, 내가 방문해 다른 나라의 어느 스타벅스에서도 주방을 구비해 브런치 장사를 하는, 선례를 본 기억은 없다.
그래도 조만간 오픈한다 하니, 와이프와 카라멜 마키아또 한잔하러 갈까 한다. 와이프는 차 안에서 그 소식을 듣고, 퍼스 머그잔은 꼭 사야 한다며 운전하는 나의 왼팔에 매달려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한국에서 넘어온 몇몇 카공족들이 여기선 활개를 펴지 못하는데, 전기코드와 와이파이를 제공 카공족의 성지로 전락할지, 혹은 꽤나 큰 성과를 거두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