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어른은 무엇일까. 누가 어른이고, 어떤 사람이 좋은 어른일까. 누구도 쉽게 답을 줄 수 없을 것 같은 질문이다. 살아가면서 내가 어른이라고 느낀 어른들은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할까? 답을 찾을 수 없다.
어렸을 때는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되면 그저 성인이 될 뿐, 어른이 된 것은 아니었다. 성인과 어른이 다르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성인의 사전적 정의는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이라고 되어 있지만, 내가 느끼는 성인과 어른은 달랐다.
이십 대를 지나면서는 서른 살이 되면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서른이라는 숫자가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서른을 넘긴 나이가 되었고, 스스로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대체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고 자랐고, 스스로도 철이 빨리 든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이 정도면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믿기에는 어디인가 부족했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온전히 독립하지 못했을뿐더러 스스로 할 수 있는 요리나 집안일도 많지 않다. 그러나 그것들을 해낸 사람들이 딱히 어른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도 많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 어른의 정의를 찾아보았다. 첫 번째 정의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음, 일단 키는 다 자란 것 같은데. 내 일에 책임도 질 수 있고. 두 번째 정의는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이건 상대적인 정의이다. 나보다 나이나 지위가 어린 사람 앞에서만 어른이 될 수 있다. 음, 사실 많이 느껴 본 적은 없다. 세 번째 정의는 ’결혼을 한 사람.‘ 아니, 이건 조금 너무한 것 같다. 세상에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는데. 결혼을 해야만 어른이 되는가? 그렇다면 나는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그리고 사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어른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잘못된 사전적 정의 말고, 스스로 단어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고, 외부의 일에 쉽게 동요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스무 살 때도, 서른 살 때도 쉽지 않았던 어른 되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쉬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쩌면 살아가는 내내 스스로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되고자 하는 방향을 알고 나아가는 사람과 모르고 나아가는 사람의 차이는 크겠지. 나는 반드시 어른이 될 것이다. 좋은 어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