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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세상의 길로 나가면

by 콩나무

어렸을 때부터 자주 느끼는 감정에는 기쁨, 슬픔, 즐거움과 같은 단순한 감정 외에도 긴장, 설렘, 두려움 등이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두려움’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겁이 많은 유년 시절에는 특히 더 크게 와닿는 감정이다. 우리는 두려움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망설이며, 때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골 할머니댁에서 밤에 혼자 화장실 가기라든가, 무서운 개가 있는 시골길을 혼자 지나가기라든가, 네 발 자전거에서 보조 바퀴 떼고 두 발 되기라든가. 이런 일들이 어렸을 때는 두려운 것으로 다가온다.


성장하면서 문을 열고 세상의 길로 나가면 조금씩 나아진다. 무서웠던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고, 겁이 많았던 순간들이 익숙한 순간들이 된다. 밤에 손전등을 들고 혼자 화장실을 가고, 열심히 짖는 개를 피해 시골길을 걸어가고, 두 발이 된 자전거를 잘 타고 다니게 된다. 물론 이 모든 변화는 용기를 내서 여러 번 시도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마음속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상의 길로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클수록 강해지고, 용감해진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또 다른 두려운 것들이 생긴다. 어딘가 아프거나 건강이 안 좋아지는 부모님을 볼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맡은 업무를 발표하거나 평가받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나 생물을 잃을 것 같을 때 등 어렸을 때 느낀 두려움과는 차원이 다른 두려움들이 찾아온다. 이 두려움들은 용기를 낸다고 해서 쉽게 극복되는 것들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움을 안고 매일 앞으로 나아간다.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때로는 좌절하더라도 두려움을 안은 채 걷는다. 그러다 보면 감정에 무뎌질 때도 있고, 조금은 익숙해지기도 한다.


이렇듯 어렸을 때도, 성인이 된 후에도 우리에게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함께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려워도 문을 열고 세상의 길로 나가는 것이다. 두려움에 갇혀 방에만 웅크려 있으면 이 두려움이라는 녀석은 덩어리를 불려서 점점 더 커질 뿐, 결코 작아지지 않는다.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혼자서 어렵다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두려운 것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 누군가의 두려움을 감싸 주고 달래 주면서,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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