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말이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살던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거나, 손해를 끼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로는 '본말전도', '주객전도'라는 말도 있다. 이 말들은 모두 굴러온 돌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말들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박힌 돌'을 부정적으로 보는 말이 있다. 바로 '기득권' '텃세 '라는 말이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성숙된 사회로 가려면 '박힌 돌'을 쉽게 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굴러온 돌을 배척하는 텃세나 기득권은 어느 사회에나 만연한 것이어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귀농, 귀촌인구가 많아지면서, 시골 원주민과의 갈등도 많아졌다. 귀촌인들은 자연환경에서의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퇴직금 등 노후자금을 투자하여, 시골에 토지를 구입하고 집을 지어서 전원생활을 시작한다. 원주민들과 잘 지내기 위해 식사대접이나 선물공세를 하며 ‘굴러온 돌’,을의 처신을 다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웃 간의 다툼이 생기고 심지어 송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요즘 의대입학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의 대립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갈수록 낙후되는 필수의료 부문과 지방의료 문제 해결책으로, 의대입학정원 증원을 통한 인력 공급 확대정책이다. 의사들의 반대 논리는 필수 의료분야 수가인상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의사수만 늘리면 자질이 하향평준화 되어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차치하고,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수술을 못 받아서 하루하루 애가 타들어가는 중환자와 가족을 볼모로 정부와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20여 년 전 의약분업 정책도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를 이유로 극렬히 반대를 했었다. 의약분업 20여 년이 흐른 지금 의료시스템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병원을 끼고 있는 약국에 대한 갑을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반국민의 시선에는 오직 돈벌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희소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감소를 우려하는 돈벌레.
또 하나의 대표적 박힌 돌이 바로 검사집단이다. 검찰의 로고가 “균형 있고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뜻한다고 한다. 현 검찰조직의 검사들 중 과연 이 로고의 뜻을 지키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형사사건 피의자나 가족들이 변호사를 살 때(법률상 용어는 변호인 선임이라고 하지만 돈이면 못하는 일이 없어 보인다는 인식 때문에 이렇게 통용되는 것 같다.) 거금을 주더라도 검찰 전관 변호사를 사야 구속도 면하고 가벼운 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의 인식이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독점한 현직 검사와 검사출신 전관 변호사가 서로 밀고 당겨준다는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검사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모든 수사기관 중 사람을 체포하여 구속하고 압수수색하는 영장청구권, 범죄자를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기소유예) 기소편의주의, 판사에 대한 재판 청구는 오로지 검사만이 할 수 있는 기소독점주의, 판사는 피고인의 범죄가 아무리 많아도 검사가 청구해야 심판할 수 있고 청구한 범위 내에서만 재판해야 하는 불고불리의 원칙 등 모든 권한을 검사만이 독점하고 있다.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면 부패할 개연성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여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검찰개혁이다. 마치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는 격이 되었다.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정권은 거세게 저항하는 검사집단의 무도한 칼날에 막대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헌법과 법률상 의무이다. 작금의 검찰은 정치적 중립과는 거리가 먼 집단이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검찰조직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권이나 보수정당과는 한편,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진보정권이나 진보정당은 적으로 돌린다. 검사는 공무원이 아니고 오로지 검사인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기득권 집단, 박힌 돌이라고 하면 의사와 검사라고 할 수 있다. 내심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공부하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얻었는데 이렇게 양보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량한 국민과 환자가 없으면 검사와 의사 모두 존재가치를 잃는 것 아닌가? 국민과 환자를 위해 좀 더 양보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어느 영화배우의 대사가 명언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