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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26. 2024

나는 자연인 카페 탐방기

제목을 나는 자연인 카페라고 붙였는데,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 출연자가 운영하는 카페는 아니다. 하지만, 자연인 놀이를 하는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이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닐 것 같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시기와 겹쳐, 전원주택에서 텃밭을 가꾸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 중년 남성들의 로망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원주에 살고 있는데, 치악산 아래에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하더니 카페까지 개업을 다고 했었다. 궁금하기도 하여 한번 구경을 가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다 보니 미루어졌다. 마침 지난 주말에 점심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같이 가보자고 했더니 흔쾌히 따라나섰다.



지인이 일러준 대로 '라하글램핑장' 주차장(구, 제일참숮)을 지나 비포장 도로를 따라 약 500m를 올라갔다.

작은 전원주택 마을이 나오기에 다 왔나 했더니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깊은 산속이라 잘못 왔나 미심쩍었다. 이왕 나선 길이니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조금 더 가보기로 했다. 비포장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언덕 위에 하얀 카페 건물이 보였다. 비포장 도로이고 초행길이라 멀게 느껴졌는데, '라하글램핑장'에서 약 1km밖에 안된다고 한다. 치악산둘레길 2코스(구, 제일참숮~치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구간과도 겹친다. 글램핑장 주변에 주차를 하고 걸어 올라가면, 푸르른 자연의 경치도 만끽하고 좋을 것 같다.



카페 입구에 도착하니 낯선 자연인이 마중을 나와 있다.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본모습은 말끔한 정장차림의 화이트칼라 중년 남자였다. 장화를 신고 수염이 자란 구릿빛 얼굴이 TV에 나오는 자연인 그대로다. 그동안 카페 건물을 손수 짖고 주변 조경을 가꾸느라  낯선 자연인의 얼굴이 된 것이었다. 손글씨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들어가니,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러운 조경수와 이름 모를 야생화들로 꾸며진 돌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아담한 카페 건물이 나타났다. 졸졸졸 흐르는 인공 계곡과 연못 주변으로 잔디가 깔린 아기자기한 정원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하여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젊은 사람들은 비장의 데이트 코스, 시크릿 정원으로 삼아도 좋겠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용문산이 보인다(왼쪽)  카페 올라가는 돌계단(오른쪽)


카페 내부로 들어가니 양쪽 폴딩도어를 모두 열어 놓았다. 산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이 답답하던 마음도 날려 보내는 것 같다. 높은 곳에 위치하여 전망이 아주 좋았는데, 날씨가 좋은 날은 카페에 앉아서도 멀리 양평의 용문산이 보인다고 한다. 음료 외에 부인이 직접 굽는 빵을 비롯한 간단한 브런치 메뉴도 있다. 둘레길 산행 후 허기를 채우기에도 좋을 것 같다. 주인장이 사진을 찍어 준다며 연못 가운데 물에 잠긴 돌다리에 서 보라고 했다. 신발이 빠질 것 같았는데, 밑창만 약간 잠기는 물높이였다. 단순하게 연못을 배경으로 찍는 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 물 위를 걷는 포즈로 찍혔다. 정원을 꾸미는 아이디어가 정말 참신하다.


카페 정원의 가을 풍경


주인장은 시작만 하면 일이 계획대로 쉽게 진행될 줄 알았다고 한다. 정작 시작을 하고 보니 부지정리, 지하수 개발, 건축허가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부인도 전원생활의 로망이 있었기에 같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한다. 주인장은 목공이 취미라고 하며 공방을 보여 줬다. 남편은 공방에서 카페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고, 부인은 카페에서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린다. 부부의 행복한 노후생활이 그림 같다. 지금 막 떠오르는 한마디. 부럽다.


이름 모를 야생화(왼쪽)와 찔레장미(오른쪽)


아이들이 어릴 때는 기회만 되면 역사 유적지나 주요 관광지를 데리고 다녔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학교 공부로 바빠서 기회를 찾기가 힘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직장생활을 하니, 서로 생활패턴이 달라 가족여행 한 번이 힘들었다. 지난 주말의 카페 탐방이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가 되었다. 자연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이런 포즈는 너무 자연스럽다. 이 사진은 진짜 신기하다."라고 하며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아이들이 먼저 다음 가족여행을 제안할 만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카페원두: 원주시 소초면 상초구길 3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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