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노래하는 밴드
필자는 wave to earth를 알기 전에 더 폴스라는 밴드를 즐겨 듣고 있었다. 더 폴스의 밴드 사운드가 좋아서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더폴스의 보컬이 다른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게 wave to earth였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 분명 같은 보컬이고 작사 작곡도 같은 사람이 하는데 두 밴드의 음악은 확연히 달랐다. 더폴스는 락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wave to earth는 로파이와 재즈의 요소가 강한 밴드였다. 둘의 차이점은 극명하지만, 단순히 취향 차이로 갈리기에는 두 밴드의 음악적 색과 인상이 너무 깊다.
그렇기에 필자는 두 밴드를 애정한다. 2020년경 wave to earth 를 알게 된 뒤 계속 흥얼거리며 여름을 보낸 기억이 난다.
(이하 웨어스로 호칭하겠음)
필자는 작년 11월에 열린 0.1 flaws and all 콘서트를 갔다 왔다. 매번 음원으로만 듣던 곡들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 순간들은 항상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밴드 공연은 당연히 밴드 세션의 조화와 원곡 그 이상의 라이브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번 공연에 갔다 온 분들이라면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를 신동규 님의 드럼 독주를 말하지 않을까 싶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과열됐고
재즈 로파이 밴드가 낼 수 있는 라이브를 최고 수준으로 보여줬다. 공연을 보고 난 뒤 웨어스에 관한
글을 써야 겠다고 다짐을 했고 늦었지만 이렇게 글을 끄적인다.
웨어스를 외국밴드로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필자의 지인도 "이 밴드 한국밴드였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들의 노래는 대개 가사가 영어로 되어있다. 영어로 된 가사는 듣는 청자들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기에 더욱 감상적으로 들을 수 있게된다. 이 밴드는 그 점을 활용하여 가사를 더욱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필자는 대표적으로 bad의 가사가 참 아름답다고 느낀다.
How could my day be bad when I'm with you?
You're the only one who gives me love
So how can my day be bad?
It's a day for you, oh, babe
그들의 음악은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은 개인과 개인간의 사랑을 넘어 사물, 행위, 인류등 넓은 사랑을
노래한다. 그들이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한결 같다.
그들의 정규앨범인 0.1 flaws and all 수록곡 '사랑으로'에서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부서지고 굳어지고 녹아내리고 나면
그제서야 보이는 나의 영원
"우리는 많은 것들을 감춰두면서 살아.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우리는 영원을 염원하고 있어. 그 염원들이 사람 사이 사랑으로 채워지면 우리의 세상은 사랑으로 영원할 거야."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사가 영어인 대부분 그들의 곡 중에서 몇 안 되는 한글로 된 곡이다. 잔잔하면서 몽환적인 느낌을 내는
그들의 음악에서 이러한 성향을 가장 크게 띄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인들에게 웨어스를 추천할 때 대개 사랑으로를 추천한다. 이 곡이 그들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 같아서이다. 별개로 2023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부른 사랑으로를 제일 사랑한다. 마지막에 내지르는 고음은 통쾌함을 주기에 더욱 좋아한다.
웨어스를 말할 때 seasons를 대표곡이라고 흔히들 얘기한다.
계절과 관련되어 나는 이 노래를 얘기하고 싶다.
But I'll pray for you all the time
If I could be by your side
I'll give you all, my life, my seasons
너의 사랑이 될 수 없지만 너를 위해 기도할 게 그리고 너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나의 계절을 줄게
가사만 보면 안타까운 사랑 같지만, 멜로디를 입혀 듣는다면 따뜻한 느낌을, 더 나아가 포근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너의 사랑을 응원하면서 내가 없어도 행복하길 바라는 헌신적인 사랑 노래이기에 잔잔한 노래이지만 감정은 노을같이 더욱 고조된다. 그들의 음악은 이 노래처럼 사계절, 어느 계절에 들어도 그 분위기에 맞춰 듣게 된다. 꽃이 개화하는 봄에도, 찬란한 여름밤에도, 나무들이 빨갛게 물들어 가는 가을에도, 한숨이 하얀 성에꽃으로 필 때도, 그들의 음악은 언제나 계절을 맞춰 우리를 따라온다.
필자의 지인은 웨어스의 노래들 분위기가 노을이 지는 것 같아 노을이 질 때 이 노래를 들으면 더욱 좋다고 했다. 웨어스의 노래이든 다른 노래이든 다들 하나의 분위기를 골라 그 분위기에 맞춰 들으면 더욱 행복하게 들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nouvelle vague'이다. 도입부의 드럼, 잔잔하다가 달아오르는 보컬, 마지막을 장식하는 색소폰까지 이 곡은 wave to earth의 가진 장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숨이 멎을 때쯤엔 걸음을 멈출까
되돌아갈 곳도 이젠 흐려져
앞으로 가다 보면 뭔가 볼 수 있나
사실 그게 뭔지 기대도 없어
이 곡은 wave to earth의 앞으로의 포부를 담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nouvelle vague는 새로운 물결이라는 프랑스어로 50~60년대에 기존의 영화들을 봐온 세대들이 주도한 저항으로 다양한 영화적 기법들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사용하고 도입했던 시기를 뜻한다.
이 곡은 wavy의 입성과 동시에 나온 곡으로 자신들이 음악에 있어서 세대를 주도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곡으로 앞으로의 앨범들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so real
0.1 flaws and all 앨범은 듣기 편한 앨범이다. 앨범의 중간 곡인 사랑으로를 기점으로 앨범의 분위기가 나뉜다. 그 전까지는 밝고 경쾌한 곡들로 앨범을 이끌어 나간다. 사랑으로 이후 곡들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줄이고 재즈 분위기를 더해나가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so real은 본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잔잔한 보컬을 시작으로 점점 고조되다가 마지막 2분여 동안은 앨범을 들으며 붙잡고 있던 긴장을 터뜨리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사랑을 혹은 계절을 노래하는 앞으로의 wave to earth가 기대된다. 매번 다양한 시도를 하고, 다양한 장르를 본인들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그들은 계속 사랑을 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