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한 번, 1박 2일 두 번, 안동 방문기
얼마 전 난생처음 안동에 갔다. 내려가는 차 안에서 일행들과 '안동' 하면 떠오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결혼하고 첫 명절에 처갓집에 갈 때 어떤 선물을 사갈까 고민하다가 안동소주를 골랐다. 그 당시 가격은 웬만한 양주값 이상이었다. 내게는 그 이후로 안동하면 '안동소주'가 떠오른다. 일행들은 안동찜닭, 하회마을, 안동 간고등어, 전국 5대 빵집이라는 맘모스제과가 떠오른다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하회마을 근처 '목석원'이라는 식당을 들렀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찜닭과 간고등어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이 아닌 현지에서 먹으니 확실히 맛있게 느껴졌다. 찜닭의 맛은 약간 달면서 담백하다. 가격도 착하고 양도 푸짐했다. 빈대떡처럼 생긴 닭불고기를 추가로 시켰는데 완전 내 입맛이다. 소주가 바로 생각난다. 간고등어 역시 엄청 크다. 하지만 솔직히 맛은 평범했다. 이 식당은 하회마을 바로 앞에 위치해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 듯했다.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등록 전에는 먹을 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한다. 그 영향인 듯 싶다.
영화 "파묘" 촬영지 장승촌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바로 옆에 있는 하회마을 장승촌으로 들어갔다. 현수막에 "영화 파묘 촬영지"라는 문구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 들어갔는데 이 장소가 영화에 나온 것이 아니라 여기서 만든 여러 장승들이 파묘에 출연을 한 것이었다.
장승이란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 마을 입구나 길가 또는 절의 입구에 나무나 돌을 이용하여 세운 목상이나 석상을 말한다. 잡귀나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서 장승이 세워졌던 것이다.
주인장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구경하다 보니 직접 조각해서 만든 탈이 참 많았다. "하회탈의 특징은 코와 눈 주름살이 잘 조화되도록 제작되어 한 면으로 고정된 가면을 통하여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얼굴을 뒤로 젖히면 밝고 유쾌한 표정이 되고, 얼굴을 숙이면 보는 방향에 따라 슬픈 표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또한 턱을 분리하여 제작함으로써 대사전달이 분명하며 말을 할 때마다 턱이 움직여서 표정의 변화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한다"며 주인장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양반탈 구매
안동 온 기념이다 생각하고 거금을 주고 양반탈을 하나 샀다. 안동을 왔기 때문에 샀다. 만약 인사동에서 이 양반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다고 해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여행자율화 이후 아버지와 함께 태국을 가신적이 있다. 동남아시아를 갔다 온 지인에게 귀금속과 관련된 정보를 들으셨다. 가기 하루 전날 어머니는 팬티 한가운데에 삼각형 모양의 작은 주머니를 만들셨다. 그리고 태국에서 다이아를 그 주머니에 담아 사 오셨다. 그것도 돈이 모자라 수백만 원을 가이드에게 빌리면서까지 갖고 오셨다.
"이 다이아몬드를 영호, 영진 결혼할 때 줄려고 사 왔어, "
어머니가 이모들에게 들뜬 목소리고 자랑 했다.
"언니, 이 다이아 너무 비싸게 샀어, 속은 거야 이런 걸 왜 사와, 영진아 가서 감정받아봐라"
이모의 뜻밖의 말이었다.
나는 '예'하고 대답만 하고 감정은 받으러 가지 않았다. 그 다이아몬드 값이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의 마음을 알았고 그거면 충분했다. 다이아는 어디서도 살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그곳이었기에 의미가 있다. 첫 여행에서 거금을 들여서 그것도 돈이 모자라 가이드에게 빌리면서 까지 장만한 다이아라는 서사가 내게는 더욱 의미가 있다.
하회마을(河回)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위치한 하회마을, 2010년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회(河回)라는 이름 그대로 강물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기와집과 초가집의 옛 한옥을 여전히 생활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해서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하회마을 이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실제로는 다수의 어르신들이 현실적인 면에서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하회마을 한옥집은 겨울 보내기가 춥고 쓸쓸해서 일반적으로 겨울은 시내에 집을 얻어서 보낸다. 하회마을을 구경하는 방법은 내 두 발을 이용해서 두세 시간 정도 걷는 것과 자전거를 빌려서 둘러보는 방법이 있다. 우린 자전거를 선택했다
안동선유불줄놀이
운 좋게 볼 수 있었던 안동선유불줄놀이.
불꽃이 줄을 타고 번진다.
바람과 함께 주변으로 흩어져 내려오는 모습을
어둠 속에서 보고 있자니 뭔가 좀 뭉클하기도 하고 차분해지기도 하고 왠지 바라는 것을 속으로 빌게 된다. 눈처럼 흩날리는 불꽃이 참 아름다웠다.
서양 불놀이는 폭죽처럼 하늘로 치솟는 것이라면 한국 전통 불놀이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온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비밀의 숲, 낙강물길공원, 안동댐
사진이 마치 이미지 사이트에서 골랐다고 해도 될 만큼 근사하다. 검색어로 '공원', '행복', '가족' 이런 단어들로 검색하면 맨 처음 등장할 이미지 같다. 안동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이름처럼 숲이 안동댐 하구 밑에 가려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애들이 뛰어놀기, 그냥 누워서 책 보기, 가족과 돗자리 펴서 먹기 등 뭐 해도 다 좋은 곳이다. 안동 가시면 꼭 가보시기를 추천한다. 비밀의 숲
카페 "풍전" 그리고 포토존
차를 마시러 갔다. "풍전"이라는 전통한옥 카페이다. 찜닭의 고장답게 카페에서도 닭요리가 있었다. 팥빙수 만원, 가격이 참 착하다. 무엇보다 마장동 우리 집을 이렇게 밴치마킹하여 카페로 꾸며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 마장동 재건축 전에 카페를 해볼까? 카페 벽을 포토존처럼 만든 점이 마케팅적으로 돋보였다.
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지은이 안도현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안교 1길 9
월영교
안동시내에서 약 십 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밤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정보를 들어서 거의 열 시가 넘어왔다. 그 시간에 사람이 제법 있었고 배를 타고 있는 연인들도 꽤나 되었다. 다리는 목재 다리였다. 월영교라는 이름은 시민 공모전으로 지어졌다.
"이 지역에 살았던 이응태 부부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오래도록 기념하고자 월영교를 제작했다고 한다.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아내가 머리카락으로 만든 한 켤레의 미투리 모양을 이 다리 모습에 담았다. 이들 부부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을 영원히 이어주고자 오늘 우리는 이 다리를 만들고 그 위에 올라 그들의 숭고한 사랑의 달빛을 우리의 사랑과 꿈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 설명서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들이나 젊은이들의 발길이 많은 듯했다.
유네스코 등재 절 -봉정사
봉정사 방문 기념으로 기와불사를 했다. 그 후 신기하게도 얼마 있다 임대가 나갔다
재활병원으로 전국으로 소문난 안동복주회복병원과 약 십 킬로 정도 거리에 있는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있는 봉정사가 있다. 절 입구에 주차를 관리하시는 분이 있다. 마음씨가 너무나도 아름답다. 보통 못 올라가게 하는데에 끝까지 올라가게 한다. 차를 갖고 가면 절 마당이 금방이다.
기와불사를 하고 난 후 신기하게도 얼마 있다가 임대가 나갔다^^
전국 3대 빵집 맘모스제과
풍전을 나와서 이제 방향을 맘모스제과로 향했다. 검색에서는 전국 3대 빵집, 5대 빵집으로 나온다. 이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 빵집 주인의 주장은 아닐까? 하여간 대도시도 아닌 안동에 이런 유명 빵집이 궁금은 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 5시, 진열장에 빵은 거의 없었다. 벽면에 중앙일보 기사로 미슐랭 가이드 제목으로 붙어있다. 한국에 별점 세 개를 준 곳은 대전성심당, 안동 맘모스제과, 서울 낙원덩 떡집, 딱 세 곳이라고 한다.
손님은 엄청 많았고 사람들이 빵을 사는 양이 우리가 서울에서 보통 빵집에서 사는 양과 확실히 달랐다. 그 남은 빵마저도 그냥들 주워 담았다. 삼개층 건물에 두 개 층이 빵집이고 제법 규모가 있었다. 지하는 맘모스에서 이용하는 쵸코렛 샵이었다. 사람들이 거의 관광지처럼 찾아왔다. 1974년 개업한 맘모스제과는 안동시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요즈음 지역이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화두이다. 이런 빵집이 정말 지역에 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상북도 안동시 문화광장길 34 맘모스
안동 구시장-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독일이 노포들로 인해 지역경제가 활성화가 되는 것처럼 안동에서도 그런 점을 느꼈다. 안동의 인구는 15만 명이다. 성동구의 딱 반이다. 그런데 안동 구시장 쪽의 상가들을 거의 명동에서 보는 브랜드 샵들이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 그 사이로 구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구시장은 딱 두 가지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안동간고등어' 매장과 '안동찜닭' 식당들이었다. 어림 잡아도 이십 개 이상은 돼 보였다.
안동찜닭 유래에 대해서 들었다. 사장님 말씀은 어렵던 시절에 사람들이 모여서 닭을 최대한 잘라서 온갖 야채를 섞어서 그것을 함께 나누어 먹은 것이 안동찜닭의 시초라고 들려주신다. 삼계탕 같은 음식과 달리 혼자 먹지 않고 찜닭은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먹고 나서 밥도 비벼도 먹고 서민들에게 안성맞춤에 음식이었다.
시장에는 안동찜닭 식당이 수십 개 이상이었다. 그 많은 식당에 대부분이 손님이 많았다.
노상에서 중국집에서 볼 듯 한 냄비를 여덟 개를 동시에 올려놓고 주인장이 찜닭 요리를 하신다.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또또찜닭의 슬로건은 "또 먹고 또 생각나"라였다. 정말? 하면서 확인하고 싶어 방금 전에 찜닭을 먹었지만 포장을 했다. 다음날 집에서 먹었다. 안동에서 먹었던 찜닭보다 훨씬 더 맛있다. 달달하면서 당면과 함께 말아먹는 고기와 야채가 상당히 부드러웠다. 슬로건처럼 또 생각나, 또 먹고 싶다였다
경상북도 안동시 서부동 185
안동봉화축산농협, 묵향
택시를 타고 가장 맛난 안동한우 식당에 내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간 곳이 축산농협이다. 일층은 마트이고 이층은 식당이다. 규모가 상당하다. 명품 갈빗살을 주문했다. 150g 31,000원, 보통 서울은 200g에 구만에서 육만 원 정도이니 이렇게 치면 가격은 정말 착하다. 그러면 맛은 어떨까? 아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씹을수록 고기의 맛을 느낀다. 가격이 착해서 그런지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맛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한마디로 가격, 맛 모두 아름다웠다.
지붕 없는 박물관 안동
15만 명의 고장 안동, 안동만큼 특산품이 많은 곳이 있을까 싶다. 안동한우, 안동찜닭, 안동다슬기, 안동 헛제삿밥, 안동 손칼국수, 청포도, 간고등어, 안동포, 문어숙회, 안동 마, 하회마을, 선지해장국, 도산서원, 안동소주, 불놀이, 안동와인 264, 작지만 문화자원이 참으로 많은 곳이었다. 첫 안동 나들이를 안동찜닭 포장, 손으로 정성 들여서 만들었던 양반탈, 맘모스빵집, 무공해두릅, 등을 사서 같이 간 처제와 나누었다.
안동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문화관광유산의 보고(寶庫)로 평가받는 곳이라고 홍보물에 적혀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 하회마을이 있는 안동은 2021년 KTX가 개통되어 청량리역에서 안동역까지 2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안동 문화적으로 매력적인 도시임에 틀림없었다. 앞으로 자주 가야 할 곳이라. 잠시 딴생각으로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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