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함께 글쓰며 벌인 나름의 출판기념회
2005년 4월 엄마가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그때 어머니가 남긴 유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랬더니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우리 집 음식 문화였다. 큰 대문집이라 일컬어지는 우리 집 마당에서는 잔칫집처럼 오이지, 동치미, 고추장아찌, 물김치, 돼지갈비, 고추장 숯불 오징어, 샤부샤부 등 음식 만들기가 시시때때로 벌어졌다. 어머니와 관련된 이런 음식 문화를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이지’라는 글을 우선 쓰게 되었다. 그때가 바로 2005년이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글 ‘오이지’의 반응을 살폈다. 뜻밖에도 호평을 받았다. 그 결과 ‘오이지’는 월간 ‘문학세계’ 수필 신인 부문으로 응모해서 당선되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나의 글쓰기는 일상이 되었다. 글의 주제는 우리 가족 이야기, 여행 후기, 영화, 연극, 뮤지컬, 드라마를 보고 난 감상, 맛난 식당에서 경험한 음식 이야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내 몸의 변화 이야기, 산과 뒤풀이 사람에 대한 기록, 마장동에서 마을 활동을 하면서의 정리, 내가 속해있는 각종 모임과 사람 관계 이야기, 문화예술경영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문화예술과 지역이라는 이야기, 때로는 시사와 관련된 글, 글쓰기 주제는 이렇듯 언제부터인가 내가 활동하는 모든 영역이 대상이 되었다.
특히 올해 글쓰기 교실 ‘BBC(북, 블로그, 클럽)’가 마장동에서 6주 동안 진행되었고 참여자 8인이 "생로병사"라는 주제로 각자 쓴 글을 모아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첫 번째 ‘生’은 삶, 탄생의 이야기. 분투하며 살아온 이야기였다. 나는 ‘오이지’ 이야기를 상기해 냈다. 삶이란 나고 죽고 다시 여러 관계가 얽힌다. 삶은 나만의 것이었지만, 언제나 타인과 함께한다. 또한 나는 “김영진 최초의 프로 기획 입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무소속으로 성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이자 지인이었던 분의 선거를 도와 기획을 맡았던 32살 김영진의 열정 이야기이다.
두 번째 ‘老’는 늙어가는 이야기, 낡아가는 이야기이다. 나는 마라톤을 99년부터 시작해서 풀코스 24번 완주를 비롯한 각종 마라톤 대회와 지리산, 설악산, 백두산을 비롯한 큰 산을 경험했지만, 몇 년 전 무릎 시술을 받고도 퇴행성 관절염 2기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나름 영혼까지 끌어모아 절차탁마하고 있는 요즈음의 이야기가 쓰였다.
세 번째 ‘病’은 고장 난 몸, 고장 난 관계 이야기. 평형이 깨진 세계 이야기이다. “김영진이 회장을 한다는 것은?”은 최근 시술받은 이야기의 원천을 나름 들여다보았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현재 다니고 있는 정신의학과 상담 이야기도 덧붙였다.
네 번째 ‘死’는 죽음, 이별. 떠나는 이야기이다. "이별을 준비하는 아들"은 엄마가 떠나기 전 병실에 기록으로 나만의 편지 형식으로 썼다. 이번에 쓴 것이 아니고 2005년 4월에 쓴 글을 그대로 옮겼다.
그런데 32개의 작품 중에서 책 제목을 ‘오이지’로 정했다. 그리고 이 ‘오이지’로 낭독극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낭독극으로 나름 내가 재구성해 봤다. 대학 시절 연극반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은 되었다. 그러나 희곡이 아닌 낭독극은 이전까지 한편도 읽은 적이 없었다. 대사는 가능한 짧게 하고 내레이션을 길게 했다. 내레이션이 주로 엄마가 전하는 메시지였다. 내 나름의 전략이었다. 낭독극의 배역을 누가 할지 모르지만, 부담 없이 읽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단 며느리의 처음과 끝의 대사는 조금 길었다. 실제 낭독극의 주제와 다름없었고 큰 대문집 둘째 며느리의 조언이 있었다.
행사 식순은 작가 사인회, 축사, 오이지 낭독극, 오이지 북토크 축하공연 순이었다. 결과적으로 북토크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축사였다. 기획, 홍보를 담당한 국장님은 나의 아들, 선우가 축사를 해주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출판사 대표의 아내였다.
‘50 플러스 인생, 우리 인생에서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 지지받고 인정받는 것만큼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우는 대표님 글에도 아주 많이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만큼 끈끈하고 가족애가 두텁죠. 서로 좋아하고 아빠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라는 이유였다.
나는 이런 배경 설명 완전 생략하고 선우에게 제안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덥석 받는다. 의외의 결과였다.
그리고 오이지 북토크의 첫 시작은 선우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축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내가 어렸을 때 가진 의문은 아빠의 직업은 무엇일까였다? 시각디자이너? 기획자? 기획자 중에서도 어떤 기획자? 행사 기획자? 출판사 대표님? 회장님? 이런 수많은 직업 중에 오늘 이 자리에서 참석해 보니 아버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우시카 오디세이아 이야기에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티카로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섬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겪은 좌충우돌 모험담을 그곳에 사람들에게 들려줍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미야자 하야오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모티브가 된 나우시카라는 인물입니다. 책을 써준 사람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니 오늘 ‘오이지’ 북토크에 모인 여러분들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시 또 이야기에 공백을 채워주고 이 이야기를 재생산하길 바랍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말을 잘하는 인상이었다. 행사가 다 끝나고 사람들에게 들은 가장 많은 이야기가 선우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아빠보다 열 배는 잘 생겼다. 수염 기른 것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예술인인가?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떨지도 않고 글을 보지고 않고 제법 긴 시간의 축사를 할 수 있을까? 말을 잘하는 것을 보니 배짱도 있는 듯하다. 대표님은 부러울 것이 없겠습니다.” 이런 반응들이었다.
이어서 오이지 낭독극이 진행되었다. 낭독극의 출연은 내레이션, 어머니, 며느리, 영진, 삼촌이 등장한다. 내가 맡은 역할은 영진이었다. 오프라인과 줌을 통해서 몇 번의 연습이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진행 중에 음향감독을 겸한 이성욱 연출이 생겼다. 리더가 생기니 연습은 자동으로 잘 되는 기분이었다. 대학 연극반 활동과 OB 연극반 활동에서 주로 내가 맡은 역할은 기획이었다. 간혹 땜질로 배우를 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분량이 짧았다. 그런데 이번 ‘오이지’에서는 나름 중심 역할이었다. 대학 연극반 선배에게 첫 주인공 데뷔를 축하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낭독극에 이어 출판사 돌멩이 원동업 대표 진행으로 오이지 북토크가 진행되었다. 왜 책 제목이 오이지인가?, 책의 주제가 생로병사인 이유가 특별히 있는가? BBC(북, 블로그, 클럽) 책 쓰기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등을 각자의 저자가 솔직한 심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사 기획을 숱하게 해 본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행사는 무조건 흥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어머니 팔순 잔치를 최상급 호텔에서 준비했어도 축하해 주러 오는 사람들이 아주 적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가지 쑥스러워 이곳저곳에 알리지 않았다. 우리 식구. 선우 외가, 그리고 뒤늦게 어떻게 알게 된 마장 주민자치였다. 그런데 어제 뜻밖에도 많은 분이 참석했다. 기획자의 대성공이다. 박수를 보낸다.
나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 주신 분들을 기록으로 남긴다.
김영진의 일이라면 늘 응원하고 힘이 되어주는 선우 외갓집 식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요즈음 공사다망한데도 불구하고 꽃다발을 들고 참석하셨다. 장모님, 처제, 처남, 선우맘,
어제 북토크 멋지게 잘하라고 내게 멋진 바지와 티셔츠를 선물해 준 한정애 누나, 회장인 김영진에게 언제나 한결같은 자세로 힘이 되어주는 마장주민자치 간사 이재희 님, 마장동 주민의 보물창고 마주보고의 최돈분님, 주민 황정윤 누님, 상생협력을 위해 참석해 준 위코노 모임의 멋진 두 여인 김수진, 김서령, 축하 꽃을 보내준 사은아 대표와 마장주민자치회 동장님, 그리고 선우, 선우 여친, 그리고 즉석에서 하는 스피치를 가장 멋지게 하실 것 같은 우리 동네 지역구 이현숙 의원님,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세계대전 종료 때 서명했다는 파커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 만년필에는 영어로 내 이름이 새겨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만년필을 선물로 생각한 듯하다. 그리고 이 선물을 준 사람이 내겐 ‘선물’이었다. 다름 아닌 선우의 여친이었다. 서로 인사를 할 때 어찌나 내가 떨었는지 모르겠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려웠다.
‘오이지’를 함께 쓴 남정인, 박연아, 원동업, 이혜숙, 이호근, 조은자, 조충영 샘의 이름 또한 새겨둔다. 함께 했기에 이 또한 가능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행사를 도와주고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행사를 완성해 주는 자발적 스태프분들은 가장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물심양면 후원과 우정 출연처럼 등장한 배역, 안내, 뒷정리 등에서 소중한 분들이 더욱 빛났다. 성원샘, 시명샘, 상임샘...^^
어제 행사에서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행사가 다 끝나고 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려고 출입구 쪽에 서 있었다. 나를 평소 알고 있던 사람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북토크 행사 후 나를 ‘김 작가님’이라고 불렀다.
아몽(대학 연극반이름) 연극 쫑파티처럼 ‘오이지 북토크’ 쫑파티가 한양대 앞 ‘조선주막’에서 이어졌다. 아몽 쫑파티와 달리 ‘오이지’ 쫑파티는 ‘승자의 건배’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다 목소리 큰 사람들의 낭독극과 관련된 무용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재미있었다. 그 즐거움의 시간이 새벽 한 시가 되어서 나 종을 쳤다. 호근형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수필 오이지 끝부분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한다.
“어머니 살아생전에는 그렇게도 지겨웠던 오이지가 요즈음 참으로 새삼스럽다. 늘 밥상에 올려져 있어 그 가치를 몰랐던 오이지였다. 사람이나 물질이나 내 근처에서 좀 멀어질 때 그 가치를 뒤늦게 아는 것 같다. 내 곁에서 작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느낀다”
수필 오이지 반응
누나
읽어도 읽어도 싫증이 안나 ㅋㅋ
엄마가 말할때 모습두 생각나구~~^^
엄마 얼굴이 그려지네 ㅋ
다시 읽어도 ㅋ
신소영
저도 해마다 오이지 담아요~ 참으로 간단하면서도 맛있게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오이지 글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읽는 동안 웃음이 ㅎㅎ 읽어가다보니 짧고 재밌는 영화 한편 본 듯 합니다~역시 상은 아무나 받나~~~
최영미
축하드립니다 ! 수필 읽으면서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최기호선생님
오이지’, 북토크 행사장의 모습이 영진신인작가의 모습처럼~~^
오이지가 여러의미를 알차게 담고 있구나 건강한 가족들 모두
소개해 주어서 고맙다.
짭쪼럼하고 큰대문집 어먼님 옛냄새가 더 풍기는 "오이지" 로 발전하길 기원한다. 오이지. 홧팅^*^
황정윤
김영진회장님^^
블로그 잘있어 요
열심히 하는 모습 행복해 보여서
좋은 시간 되었어요
늘 응원 할게요 ^^
김원경
선배님의 글은 항상 따뜻해요...그리고...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는것 같아요
저희엄마도 엄마만의 오이지돌이 있어요 애지중지하시는^^
시골분이 아니신데도 굉장히 전통방식을 고수하시죠
요즘엔 음식탈수기도 많은데 꼭 그 돌로 누르시건든요...
근데 예전엔 몰랐는데 작년부터 그 차이를 알겠더라구요 이제 제가 나이가 드는걸까요?
엄마의 음식들...제가 얼마나 비슷하게 만들어낼지 가늠할수도 없지만 요즘 점점 할머니가 되어가시는 엄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선배님글에 또 한번 울컥합니다...
맨날 눈팅만 하다 예의가 아닌것 같아 댓글하나 달고 갑니다~(최고)
장우익
새삼스레 ᆢ
글의 힘을 느끼다. ♡
최용민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극제자 선우의 멋진 모습도 상상해 보며 낭독극의 새로운장을 연 김작가의 탄생을 축하드려요
잘봤습니다 ^오이지^김회장이 제일 잘하네요 역시 아몽출신 답네요,다음에 하실때는 이왕에 하는거 연출의 손맛이 담기는 작품이 되시길 기대해 봅니다.
그나저나 나이 60에 주연 데뷔한 김영진군에게 격하게 축하드려요
김영희
와~~ 선우 여자친구한테 인정을 받으셨는데요. 저런 펜을 선물로 받으면 저절로 글이 써질 것 같습니다^^ 영진의 삶이 그대로 보인 또 다른 날의 하루였습니다.
원동업
이 모든 일들의 시작에 어머니가 있습니다. 모든 것들의 생산자 어머니를 다시 기억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모든 사람들을 감사함으로 기억합니다. 고맙습니다.
박연아
이 영진쌤 블로그 글을 보고 살아온 삶이 그래도
가정이 다복하고 선우가 사회 볼때 밝은 표정으로
또랑또랑 대중 앞에서 멋지게 사회를 보았어요!
이 모든게 하루 아침에 되는게 아니시겠죠.
저희 오이지를 마무리 하기까지 김영진 작가님 밑바탕에 7인 작품이 멋지게 낭독글을 마무리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은자
멋진 아들과,아들의 여친을 둔 김영진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가정의 일상을 나누어 주셔서 멋진 낭독극이 탄생 되었네요.~~
반철희
드라마 같은 아름답고 열정적 삶 을 사는 김대표에게 무한 감동을 느끼며,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박인기
멋지다
영진 달란트가 자랑스럽네
계속해서 글 써라 응원 할께
이송호
다재다능한 영진이의 모습 베리베리 굿! 하이팅!
김광운
영진이가 이런 재질이 있는줄 몰랐네. 축하 하고. 희정이는 그림에 영진이는 글 에 영호는 패션 등 형제 틀 이 예술적 인 기질들 이있네.
조만간 축하 주 한잔 해야겠어.
김옥현
김영진 작가님~~
아주아주 멋져요^^
이수경
수고하셧습니다!!
축하축하드립니다~마음다해축하축하드립니다!
김돈형
작가님 지금 보았읍니다
대단합니다
위대한분이 제근처에 있는것이 영광입니다.
이현숙의원
회장님과 함께 있으면
인간적인, 정서적이 풍부해지는것 같습니다
아드님 선우씨! 너무 멋졌어요 죄송하오나 아버님보다 더 아트적이고~^^ 예사분아니신듯요
문화의 장으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넘버원! 마장동
넘버원! 회장님
회장님
김작가님!
세상 참....
좁습니다
김원식후보님은 지금도 저랑 매일 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여고 동창 김학영 부친되심으로 잘 알지요 따님은 한양여고에서 시대의 영재였던 착한 친구요
황정윤님도 (제게는 어릴 적 동네 언니~)
잘 알고요
회장님을 알게 된 것이
의원이되어 가장 큰 수혜이자 특혜라(특별한 은혜~) 느껴집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초대해 주셔서 축사의 영광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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