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용)
여기서 유세는 설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직장 생활에서는 아부라고 할 수 있고, 친구 사이에서는 칭찬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득, 칭찬과 아부의 어려움에 대해 한비자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사기열전에 인용된 한비자 세난편을 그대로 읽어보자. (사기열전 > 노자.한비열전 > 한비자의 세난편 '유세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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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세난편 ‘유세의 어려움’
‘대체로 유세의 어려움이란 나의 지식으로써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어려움이 아니며, 또 나의 언변으로 나의 뜻을 분명히 밝히지 못하는 어려움도 아니며, 또 내가 감히 해야 할 말을 자유분방하게 다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유세의 어려움이란 상대방(즉 군주)의 마음을 잘 알아, 나의 말을 거기에 들어맞게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데 유세자가 큰 이익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속된 사람이라고 천시받을 것이니, 그 사람은 등용되지 못하고 배척당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상대방이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데 유세자가 높은 명성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몰상식하고 세상 물정에 어둡다고 하여 틀림없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속으로는 큰 이익을 바라면서도 겉으로는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 척할 때에 유세자가 높은 명성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겉으로는 유세자를 받아들이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그를 멀리할 것이며, 만약 이런 경우에 큰 이익을 얻도록 설득하면 속으로는 유세자의 의견을 채용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그를 배척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유세자는 잘 알아두어야 한다.
무릇 일은 비밀을 유지함으로써 성사되고 말은 누설됨으로써 실패하게 된다. 그러나 유세자 자신이 꼭 누설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말을 하다가 상대가 숨기고 있는 은밀한 일을 언급하게 될 때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유세자는 신상이 위태롭게 된다. 또 군주에게 과실의 여지가 있을 경우, 유세자가 분명한 직언과 교묘한 의론으로 그 잘못을 추궁한다면 유세자의 신상은 위태롭게 된다. 군주의 신임과 은택이 아직 두텁지도 않은데 유세자가 아는 바를 다 말해버리면 설령 그 주장이 실행되어 효과를 보더라도 군주는 그 공로를 잊어버리게 될 것이며, 그 주장이 실행되지 않아 실패하게 되면 군주의 의심을 살 것이니 이런 경우에도 유세자의 신상은 위태롭게 될 것이다. 또 군주가 좋은 계책을 내어 자기의 공로로 삼고자 하는데 유세자가 그 계책을 알아버리면 그의 신상이 위태롭게 되며, 군주가 겉으로는 어떤 일을 하는 척하나 실제로는 다른 일을 꾸미고 있는데 유세자가 이것을 알아버리면 역시 신상이 위태롭게 된다. 또 군주가 결코 하지 않으려는 일을 억지로 시키거나, 그만둘 수 없는 일을 중지하게 하면 이 또한 신상이 위태롭게 된다.
그러기에 군주와 그의 대신에 관해서 담론하면 자기를 이간질시킨다고 여기며, 지위가 낮은 인물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그들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여기며, 군주가 미워하는 자에 관해서 논하면 자기를 떠보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말을 직접적으로 간략히 하면 무지하다고 경시할 것이고, 장황하게 수식을 늘어놓으면 말이 너무 길고 많다고 할 것이며, 사실에 적합하게 이치대로 의견을 진술하면 소심하고 겁이 많아 할 말을 다 못 한다고 할 것이고, 생각한 바를 거침없고 빠짐없이 두루 다 말해버리면 버릇없고 거만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점들이 유세의 어려움이니 잘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무릇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추앙하는 바를 미화하고 상대방이 추악하게 여기는 것을 덮어버릴 줄 아는 것이다. 상대가 그 자신의 계책을 탁월하게 여긴다면 그의 결점을 들어 궁지로 몰아서는 안 되며, 자신의 결단을 용감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반대의견을 들어 화나게 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면 그가 해내기 어려운 일을 들어 억압해서는 안 된다.
유세자는 군주의 계책과 같은 일을 획책하고 군주와 같은 행위를 하는 다른 사람을 칭찬하며, (군주와 같은 비루한 행위를 한 사람이 있으면) 그 점을 두둔해주어 해가 될 것이 없다고 해야 하며, 군주와 같은 실수를 범하는 자가 있으면 그에게 과실이 없음을 명확한 언변으로 덮어주어야 한다.
군주가 유세자의 충심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지 않고 언사에 대하여 배척함이 없는 뒤라야 유세자는 그의 지혜와 언변을 마음껏 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군주의 신임을 얻어 의심받지 않으며 아는 바를 다 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일이 지나서 유세자에 대한 군주의 총애가 깊어지면, 심원한 계략이라도 의심받지 않게 되고 서로 논쟁하여도 죄를 받지 않을 것이니, 유세자는 이해를 명백하게 따지어 군주가 공적을 이룰 수 있게 하며 시비를 직접적으로 지적하여 군주가 언행을 단정히 하도록 한다. 이러한 관계를 서로 유지하게 된다면, 그것은 유세가 성공한 것이다.
이윤은 요리사가 되고 백리해는 포로가 되었는데, 이는 모두 군주에게 등용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므로 이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었으면서도 자신의 몸을 수고롭게 하며 이처럼 천한 일을 겪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재능 있는 인재라도 이런 일을 수치스러워할 것이 못된다.
송나라에 한 부자가 있었는데, 비가 와서 그의 집 담장이 무너졌다. 그의 아들이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입니다”라고 말하였고, 이웃집 주인도 역시 그렇게 말하였다. 날이 저물자 (도둑이 들어) 과연 많은 재물을 잃었는데, 그 집에서는 그 아들을 똑똑하다고 여기면서도 이웃집 주인에게는 의심을 품었다.
예전에 정무공이 호나라를 정벌하려고 하면서도, 자기 딸을 호나라 군주에게 시집보냈다. 그리고는 대신들에게 “내가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데 어느 나라를 치면 좋겠는가?”하고 묻자, 관기사라는 자가 “호나라를 쳐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호나라는 형제의 나라인데 그대는 어찌 호를 치라고 하는가?”라고 하며 관기사를 죽였다. 호나라 군주는 이 소식을 듣고 정나라를 친밀한 우방이라고 여기고는 (정나라의 공격에 대해서) 방비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나라 군사들이 호나라를 습격하여 함락시켰다.
이 두 사람(이웃집 주인과 관기사)이 알고 있던 것은 모두 타당한 것이었거늘 심한 자는 죽음을 당하고 가벼운 자는 의심을 받았으니,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미자하라는 사람이 위나라 군주에게 총애를 받았는데, 위나라 국법으로는 군주의 수레를 훔쳐 타는 자는 월형(다리를 자르는 형벌)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얼마 후에 미자하의 모친이 병이 나자 이 소식을 들은 사람이 밤에 미자하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미자하는 군명을 사칭하여 군주의 수레를 타고 갔다. 군주가 이 일을 알고 미자하를 어질다고 하면서, “효성스럽도다! 어머니를 위해서 월형까지 범하다니.”라고 말하였다. 또 미자하가 군주와 과수원에 놀러 갔다가, 복숭아를 먹어보니 맛이 달아 다 먹지 않고 (먹던 것을) 군주에게 받쳤다. 그러자 군주는 “나를 끔찍히도 위해주는구나. 자기 입도 잊어버리고 나를 생각하다니!” 라고 말하였다.
그러다가 미자하가 미색이 쇠해지고 군주의 총애를 잃었을 때, 군주에게 죄를 지었다. 그러자 군주는 “이 자는 예전에 군명을 사칭하여 내 수레를 탔고, 또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자로다.”라고 하였다.
미자하의 행위는 처음과 다를 바가 없었으나 전에는 현명하다고 여겨졌으나 후에는 죄를 받은 것은 군주의 애증이 완전히 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주에게 총애를 받을 때에는 지혜가 군주의 마음에 들어 더욱 친밀해지고, 군주에게 미움을 받을 때에는 죄가 마땅한 것이라 여겨져 더욱 더 소원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간언하는 유세자는 군주의 애증을 살펴보고 난 후에 유세하여야 한다.
용이란 동물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 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목줄기 아래에 한 자 길이의 거꾸로 난 비늘이 있는데 사람이 이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여버린다. 군주에게도 (용처럼)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으면 거의 성공적인 유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