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서 나오니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도로는 이미 비에 젖었고, 우산을 준비한 사람들은 우산을, 준비 못한 사람들은 손으로 모자로 얼굴을 가리며 걷고 있었다. 신호 대기에 걸려 서 있는데 길 건너 여학생 하나가 하늘을 향해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무슨 사진을 찍느라고'하며 바뀐 신호에 따라 움직이려는데 앞차가 움직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기 멀리 하늘에 무지개가 피었다.
얼마 만에 보는 무지개인가.
차가 정지한틈에 찍고 또 찍어서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보냈다.
퇴근시간에 가까워 도로가 막힐 걸 알면서도 움직여야 했는데, 난데없이 피어오른 무지개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무지개는 목적지에 다 갈 때까지 지지 않았다.
오후의 지친 몸과 마음이 무지개 하나에 풀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