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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원 May 14. 2024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뭐가 행복이야"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줄리

홀로 여행을 가면, 호스텔에서 묵는 것을 선호한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룸메이트가 됐건 혹은 식당에서 얘기를 나누게 되는 사람이 됐건 스몰토크를 시작하게 된다. 가령

"Where are you from?"

과 같은 질문으로 말이다. 줄리와의 시작도 이 문장에서였다.

호스텔에서 내 자리를 미리 정리해 두지 않아, 자리를 마련해 주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이때 잠깐 대화를 하게 된 사이였다.  이후 꽉 찬 3일 동안, 우리는 같이 밥도 먹고, 야시장에 가서 흥정의 달인도 됐다. 새벽엔 졸린 눈을 비비며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불교 의식인 탁발을 보기도 했다.


그 시간을 보내며 나는 줄리가 굉장히 긍정적인 바이브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 사람의 행복의 비결이 알고 싶었다. 조심스레 인터뷰를 할 수 있겠냐 물었고, 줄리는 그녀의 흔쾌한 바이브 그대로, "SURE"을 외쳤다.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영광이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 장소를 찾아 꽤 일찍부터 움직였지만, 에어컨이 있는 카페를 찾다 정오까지 움직였다. 서로를 축복하며 물을 뿌리는 삐마이 기간이 끝나자, 뙤약볕은 더 집요하게 우리 정수리를 따라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지만 세상 단순한 우리는 카페를 찾고 디저트를 입에 넣은 즉시 즐거워져 다시 대화를 가장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음성 파일을 다글로로 받아쓰기를 했는데,

왜 첫마디가 "그래 여긴 내 팔꿈치야!"인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는 모든 사람들은 내게 독보적인 개인이기에 마치 잡지의 한 페이지처럼 인터뷰를 정리해 봤다. (무맥락)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줄리, 올해 25세

글로벌 경영 전공 후, 라오스에서 한 달 반 정도 여행 중. 아직 넉넉하게 일정이 남았다.


Q. 함께 지내는 내내 정말 즐거워 보였다. 비결이 있는지?

A.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행복하려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행복에 대한 줄리만의 정의가 있다면?

A.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건 정말 복잡하다. 행복은 정말 개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그리고 행복에 대한 내 정의는 시간에 따라 변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내 기분,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에 따라 항상 달라진다. 행복은 그래서 정의를 내리기가 힘들지만, 내가 느끼는 것이다. 행복은 감정이다.


Q. 행복은 감정이다. 그럼 '행복감'으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느꼈던 '행복감'은?

A. 무작위적이고 순간적인 감정인데, 충만감과 완전함인 것 같다. 마음뿐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그런 느낌이 든다. 물리적인 느낌이랄까. 여기 루앙프라방에 오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그걸 느꼈다. 터널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게 나에겐 행복감이었다. 왜인진 모르겠다. (웃음)


아, 그리고 문득 "와, 내 인생이 사랑스러워!"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게 된다. 내 인생에 놀랍거나 위대하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내 인생에 문제다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런 말을 하게 된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나도 가족을 사랑한다. 그리고 놀라운 남자친구가 있다. 또 나는 건강하고, 지금은 일을 하고 있진 않지만 위급한 돈 문제는 없다.

물론 나와 같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똑같이 이걸 행복하다 느낄진 모르겠다. 누군간 이런 삶이 지루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 내 것이기 때문에.


Q. 스스로의 삶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A. 가끔은 내 삶을 사랑하지 않을 때도 있다. 스스로에게 '난 실업자고, 공부를 했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시 돌아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보면 나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다는 걸 발견한다. 행복이 아니면 이게 뭔지 모르겠다. 아니 문장을 다짐한다.


Q. 그럼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들이 있나?

A. 행복감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한다. 가족, 친구, 남자친구 등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운동을 하기도 하는 등등. 행복이 무작위적으로 오는 건 맞지만, 이런 것들을 꽤나 확실하게 행복을 주는 것 같다.


Q. 또 구체적으로 행복을 확실하게 주는 것들이 있다면? 행복의 조건이랄지.

A. 요즘은 스스로 자랑스러워지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나에겐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인 여기 라오스로 혼자 여행을 가는데,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스스로 파악하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면서 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 사실 삶의 전환점 중 하나다.


Q. 무언가 퀘스트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A. 맞다. 하지만 예전에는 높은 성적 등 남들과 비교하는 등의 퀘스트를 달성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설정하고 이뤄가는 성취감에 가깝다. 성취의 기준이 달라졌다.


Q.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행복이 '감정'이라면, 소위 말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어떻게 다루는지?

A. 남자친구와의 예시가 떠오른다. 그렇다고 비밀 레시피는 아니다. 남자친구가 내가 정말 싫어하는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이 나를 완전히 화나게 만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제 나는 그 상황에서 나의 부정적인 기분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소리를 지르거나 심술궂게 군다면 상대방은 자신이 공격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정보를 상대는 얻지 못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말할 때 상대방의 그 행동이 나를 속상하게 한다고 말한다. 거기에 덧붙여 나는 이러이러한 걸 중요시하는데 상대가 그걸 존중해 주지 않으니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을 하며 그래서 속상하다고 말을 한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경우 상대는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하며 내 마음에 공감을 해준다.


Q. 건강한 방식으로 얘기를 하는 것 같다.

A. 전 남자친구에겐 이런 감정들을 표현을 못했고, 결국 내 안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여 전체적인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그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지금 남자친구가 정말 나에게 사랑 표현을 많이 해 줘서, 이런 표현을 건강하게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남자친구라서.


Q. 정말 지독한 로맨티시스트다. 남자친구도 줄리도.

A. 여행을 온 동안, 정말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전화 통화를 했다. 가능하다면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다. 소울 메이트 같다. 아참, 내가 행복해지는 것 중 하는 남자친구에게 요리를 해 주는 것이다.


Q. 남자친구에게 요리?

A.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 주고 나눠 먹으며 대화를 하는 게 좋다. 그건 내 사랑의 언어 중 하나다. 하지만 나는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그것 역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나도 내가 이해는 안 되지만 그게 나다. 흥미롭다.


Q. (웃음) 솔직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A. 나는 스스로를 존중하기 위해서 솔직해지려고 한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도, 실패했을 때에도 괜찮은지도 그리고 왜 실패했는지 등등 파악하면서 다음에 더 잘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늘 나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솔직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더 나은 자존감을 갖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식을 파악하는 데에도.


우리는 그날 그 자리에 앉아 한참을 더 떠들었다. 그전 날 밤, 야시장에서 산 엽서에 편지를 써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보낼 거라는 줄리를 도와 엽서를 사기도 했다. (엽서를 보내는 건 꽤나 비싸더라! 하지만 낭만적이고 의미 있는 일임에는 충분했다.)


(※브런치의 모든 인터뷰는 사전에 익명 혹은 실명 활용에 관한 동의를 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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