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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24. 2015

#24. 끝이 아닌 시작

"내가 너를 사랑하기는 하나보다"
"무슨말이예요..헨리..."
"쩝쩝 거리지 좀 말아라..예뻐죽겠다.."
"어머 소리났어요? 이게 샐러드라 그래요.. 난 음식먹을때 소리 별로 안나는데..."
"응...나도 처음 듣는것같아...너 쩝쩝거리는 소리.."

이제는 아침 식사를 지영과 함께 하는것이 자연스럽다.
아주 평범한 일상이 헨리에게 찾아 온것 같다.
냉장고에 오이. 당근. 찬장에 커피. 라면 이런것들이 가득한 헨리의 주방
하나 둘씩 늘어나는 지영이의 물건들...

"집수리를 해야겠어.."
"왜요?"
헨리의 갑작 스러운 말에 당황하는 지영이다.
"너 짐 다가지고 오고.. 네 가구도 좀 사고.."
"내 가구?"
"강실장 시켜서 네 짐 친구네서 다 챙겨 오라고 했어."
"곧 방 구해서 나갈께요"
"안돼. 너 하도 쓸데 없은 짓을 많이 해서 이제는 내가 감시 좀 해야겠어.."
헨리의 표정이 단호하다.
"회사도 그만 둬!"
다무진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섭다.
"네...다른곳 알아볼께요.. 천천히 해요.."

명훈과 말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거짓말도 얼굴에 다 티가 나는 지영이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지영이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어제밤 지영은 다신 그렇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헨리의 귀에 속삭였다.
"사랑할께요..."
사랑해요도 아니고 사랑할께요 라고 말하는 지영이 더 사랑스럽다.

출근을 하는 지영의 뒤에서 헨리가 큰 소리로 말한다.
"오늘 꼭 사표 내고 와..안그럼 알지? 애들 시켜 회사 못다니게 만들테니.."
"아침부터 나 웃겼어요.."
그리고 지영도 나름 굳게 마음을 먹고 있는 중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더이상 명훈과 마주칠 일은 없을테니..
오늘 아주 멋있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근 하리라 또 다짐한다.

"그래..생각 잘했어. 회사에 있으면 아무래도 불편하지..내가 다른 자리 알아봐 줄께"
"아니..그러지마..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아..."
"무슨 말이야?"
"오빠가 착각을 하고 있는거야... 난 오빠의 숨은 여자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단호하게 말하는거야."
".........................."
"오빠가 내 손을 놓고 결혼식 장으로 걸어 들어가던 날.. 우리는 끝난거였어..."
지영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을 알고선 명훈은 자신과의 관계를 유지 하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기뻐했다. 하지만 단호한 지영의 표정에 또 쉽게 풀이 죽었다.
"이제 더이상 그런 표정에 넘어가지 않아...헨리를 사랑해..더 사랑할꺼야..그 사람이 주는 사랑이
내가 오빠한테 주는 사랑보다 훨씬 행복해..나도 주기만 하고 싶지 않아. 받고 싶어..사랑........."
"내가 너에게 준 사랑이 부족했어?"
"응. 부족했어..난 계산적인 사람이라서 내가 더 많이 준것 같아. 그래서 억울해..이제 받을래.."
"줄께...이제부터 줄께..."
"아니.. 오빠한테 이제는 받고 싶지 않아..헨리에게서 받을래.."

지영이 명훈을 뒤로 한채 비상계단실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순간..
환한 빛이 자신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눈이 부셨다.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을 온전히 지영이 받아 드리는 순간이었다.
이제부터 진짜로 다시 시작 할테다.
헨리와 함께...
휴대폰을 꺼내서 헨리에게 문자를 보내는 지영이다.
"나 이제 진짜 백수 됐어요...나 책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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