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긋 Jan 07. 2025

스윙댄스 추실래요?

오픈클래스 강습 후기

 우리 아들이 7살 되던 해부터 스윙댄스를 시작했고 그 아들이 곧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으니 참으로 오랫동안 스윙댄스를 췄다. 한 가지를 오랫동안 못하는 성격을 가진 내가 10년 가까이 스윙댄스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재밌고 나에게 맞는 활동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코로나 시절 2년은 빠에 갈 수 없었으나 그 시절을 제외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트리플 스텝을 밟았다.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으로 외부출빠(出+bar, 타동호회의 스윙바에 가는 것)도 많이 하고, 가족여행 시 그 지역에 있는 동호회의 소셜시간(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을 검색하여 일정에 꼭 넣는 열정적인 시절도 있었다. 심지어 하와이나 대만에 가서도 그 나라의 스윙댄스빠를 검색하여 꼭 들리곤 하였다. 지터벅, 린디합 졸업공연(강습을 들은 후 배운 것을 공연으로 발표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발보아, 라인댄스 공연도 참여하여 즐거운 추억도 많이 가지고 있다. 현재는 우리 동호회에서 초급과 초중급의 강습을 맡기도 하는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참고로 내가 속해 있는 스윙댄스 동호회는 아카데미가 아니므로 경력이 오래된 선배들이 강습을 주로 맡고 있다.

 

 서울은 스윙댄스 동호회도 많고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살고 있는 지방에는 스윙댄스 동호회가 단 하나이다. 스윙댄스가 부흥했던 시절에 우리 지역에도 3개의 동호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하나만 남았다.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유입되어야 동호회가 활기차게 운영되고 사람이 많아야 좋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적당한 수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소셜댄스(짜여진 안무와 정해진 파트너가 없이 음악에 맞춰 즉흥적으로 추는 커플댄스로서 스윙,살사,탱고 등이 있다)에 관한 사람들의 편견이 아직도 존재하여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진입장벽이 제법 높은 취미이다. 진입을 하더라도 오래 지속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수준을 위해 많은 강습과 워크숍, 연습모임, 소셜시간 등을 꾸준히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함께 스윙댄스를 시작했던 수많은 동기 중 나를 포함하여 단 2명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걸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동호회이므로 당연히 운영진이 존재한다. 카페지기를 비롯한 다양한 역할을 맡은 운영진들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파티와 같은 행사진행, 강사섭외, 총무, 디제이 섭외, 윤리 위원회, 홍보 등 많은 궂은일들을 하면서 동호회를 이끌어가고 있어 항상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올해 우리 동호회 회장님은 스윙댄스에 굉장히 열정적인 분이다. 신입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홍보를 하고 있다. 당근 앱에 소모임을 소개하고, 오픈 채팅방도 만드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시도하고 계신다. 매주 밖으로 나가서 춤을 추는 오픈소셜을 통해 우리 동호회를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 저번달부터 새롭게 신설된 프로그램은 바로 '오픈클래스'이다. 적극적인 신입 회원 유치를 위해 만들어진 시간으로 무료로 1시간 반동안 스윙댄스를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오픈클래스 강습에서 팔뤄강사를 맡게 되었다. 스윙댄스는 커플댄스로서 역할이 존재한다. 소셜댄스이므로 정해진 파트너가 없이 즉흥적으로 춤을 추지만 신호를 주면서 리딩을 하는 리더와 그 리딩에 반응하면서 팔뤄잉을 하는 팔뤄로 구분할 수 있다. 주로 남성이 리더를, 여성이 팔뤄를 맡지만 요즘에는 성별의 구분 없이 남성이 팔뤄를, 여성이 리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같은 성이 춤을 추는 재밌는 모습도 보인다. 동호회의 회장님이 리더강사를 하였고 같이 합을 맞추었다. 생각보다 오픈클래스 신청하는 사람이 많았고 리더와 팔뤄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도우미까지 섭외를 하여 거의 20명은 되었던 것 같다.


 강습 30분 전에 도착하여 리더선생님과 간단히 강습에 대해 논의와 연습을 하였다. 그전에 카톡으로 커리큘럼을 이야기 하였고 예전에 많이 했던 초급 강습 내용이어서 준비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사이 많은 분들이 빠에 도착했고 강사 및 스윙댄스의 간단한 소개로 강습이 시작되었다. 스윙댄스는 말 그대로 스윙 음악에 맞추어 즐기는 춤이다. 주로 커플댄스가 많고 라인댄스와 솔로재즈를 통해 커플이 아니어도 즐길 수 있다. 1920년대 재즈 음악과 함께 발전되어 K-pop과 같은 친숙한 음악에도 있는 매력적인 춤이다. 초급단계에서는 지터벅을 하고 이후 린디합, 발보아, 블루스, 찰스턴과 같은 다양한 매력도 맛볼 있다.


 이번 오픈클래스는 20대부터 50대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하였다. 처음에는 강습생 분들이 어색해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즐기는 분들이 늘어나 강습을 하는 나도 매우 신이 났다. 스윙댄스는 바운스가 기본이자 생명이다. 고관절, 무릎, 발목을 이용해 위아래로 가볍게 움직이는 동작인데 음악이 흐르고 있는 동안 바운스가 기본으로 장착이 되어있어야 한다. 바운스가 없는 춤은 재미도 없을뿐더러 파트너에 대해 성의도 안보이므로 강습이나 연습 시에는 이를 의식하며 해야 한다. 그래야 소셜시간에 자연스러운 바운스가 나온다.


 지터벅 스텝은 '락스텝, 스텝, 스텝'으로 이루어져 있고 총 6박자이다. 리더는 왼발이, 팔뤄는 오른발이 기준이 된다. 뒤로 한 발을 빼는 동작인 락스텝을 통해 홀딩을 했을 때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이 에너지를 통해 다양한 리딩과 팔뤄잉을 주고받을 수 있다. 리더와 팔뤄가 바운스를 하며 각자의 스텝을 밟아보았다. 어느 정도 연습을 한 후 커플댄스의 묘미인 홀딩(리더와 팔뤄의 만남)을 해보았다. 팔뤄가 안으로 들어가고 리더가 밖으로 나와 자연스럽게 원을 만들었고 강사들은 그 원 안에서 설명을 하였다. 리더가 손바닥이 하늘로 보이게 손을 내밀면 팔뤄는 가볍게 포개면 된다. 이때 주의사항은 리더의 엄지가 팔뤄의 손등을 세게 누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긴장을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서 팔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팔뤄도 손이 빠지지 않게 그립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역시 혼자 하는 것보다 홀딩을 하며 같이 하는 것을 훨씬 재미있어하였다.


파트너 체인지!

 강습 때 매우 중요한 말이다. 스윙댄스에는 정해진 파트너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 "파트너 체인지", "파체!"를 강사가 외치면 밖에 서있는 리더가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물론 팔뤄가 시계방향으로 돌 수도 있고 정하기 나름이다. 이때, 기존 파트너와 헤어지거나 새로운 파트너를 만날 때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간단한 목례를 하는 게 좋다.


 기본 스텝과 바운스가 어느 정도 장착이 되어 본격적인 패턴을 배워보았다. 언더암턴(아웃사이드턴, 인사이드턴), 밸리 슬라이드(배쓸기), 쉬고즈 히고즈, 터미네이터, 언더암 첵과 같은 패턴으로 지터벅 1,2주 차에 배울 수 있는 내용을 짧은 시간에 알차게 다루었다.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 되는 사람도 있고 잘 안 되는 사람도 있어 한 명 한 명 봐주느라 바쁘면서 재밌는 시간들이었다. 잘 되면 잘 되는대로 안되면 안 되는대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이 와중에 리더는 신호를 줘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팔뤄보다 매우 어렵다. 상대적으로 팔뤄는 도우미와 같은 경력이 있는 리더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춤이 춰진다. 간단히 패턴을 배워보고 이제 흥겨운 음악에 적용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확실히 음악이 있으니 더 즐거웠고 신이 났다. 한 번의 강습으로 소셜을 바로 할 수 있다는 게 스윙댄스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춤을 못 춰도 음악이 너무 신이 나 절로 흥이 난다. 내가 춤을 출 때도 즐겁지만 다른 사람이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오픈 클래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념사진을 다 함께 찍었다. 이 중에서 다음 주부터 바로 시작되는 지터벅 강습을 몇 명이나 수강할지 잘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춤의 매력에 빠져 인생의 진정한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 이어서 시작된 소셜 시간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여 다른 때보다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아이도 데리고 올 수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우리 동호회의 소셜 시간은 언제나 따뜻하다.



 

 이번 초급과정인 지터벅 강습에 역대급 숫자인 16명이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수강생의 숫자가 몇 십 명이 기본이겠지만 저번 기수에 사람이 적어 강습을 폐강했을 정도로 우리 동호회에는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열악한 상황에서 운영진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빛을 보는 것 같아 회원의 한명으로서 기뻤다. 물론 이 중에서 계속할 사람은 열에 한두 명이겠지만 일단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사람들과 만나며 이야기도 나누고,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춤도 출 수 있는 스윙댄스를 애정한다. 스윙댄스 동호회를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다. 3살 때부터 엄마랑 함께 스윙댄스 동호회에 다닌 내 친구 아들은 이제 중학생이 되어 이모들과 함께 스윙댄스를 추고 있다. 좋은 점이 가득하지만 무엇보다 춤을 추면 유산소 운동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오픈 클래스 강습과 소셜댄스를 한 날에 2만 보는 쉽게 넘겨버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간이 훌쩍 간다고 하는데 2시간 30분의 소셜시간은 나에게 그러한 시간이다.


즐거운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실버스윙댄스도 많이 한다. 흰머리가 지긋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즐겁게 춤을 추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인다. 특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모습이 좋다. 인생에서 춤을 만난 건 큰 행운이고 무릎이 성성한 그날까지 나의 스윙댄스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것처럼 춤춰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