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새해가 밝았지만 아무런 감흥이 없다. 전날 타종 소리도 듣지 않고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휴대폰을 하며 그냥 잠에 들었다. 어린 시절의 새해 아침은 설레는 마음과 수많은 다짐으로 시작했었는데 40대 중년의 아줌마에게는 그냥 평범한 하루일 뿐이다. 직장인에게 평일 중 하루 쉴 수 있는 고마운 날이기도 하다. 그래도 부모님, 언니네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감사한 2025년 첫날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의 이름은 무지개 가족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가족끼리 오두막을 짓는 행사에 참여할 때 지은 이름이어서 그 이후에 계속 사용하고 있다. 내일모레 중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있는 아들이 유치하다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고수한다. 삶의 다양한 모습을 상징하고 비 온 후 생각지 못하게 만난 행운 같아 무지개가 난 좋다.
무지개 가족에게는 지난 몇 년째 계속해오고 있는 작은 가족 행사가 있다. 남편, 아들, 내가 각자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다짐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응원 한 마디씩을 적는 단순한 활동이다. 매년 할 때마다 나름의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려 하지만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려워 연말 평가 시 대부분 지켜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작은 습관 몇 개씩을 적기로 하였다. 이마저도 아들은 적기 귀찮아하여 억지로 몇 개 적는 것을 시켰더니 그 내용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잔소리를 하지 않고 묵묵히 응원 한마디를 써주었다. 옆에서 남편은 아들에게 공부에 관한 습관을 좀 적어보라고 한소리를 하였지만 별로 효과는 없는 듯 보였다.
나의 경우 작년과 비슷하게 여유 있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적었다. 작년을 돌이켜 보니 엄청 바쁘고 활동적으로 생활을 했다. 그 결과 연말이 되니 몸 컨디션도 안 좋아지고 기운이 살짝 빠졌다. 나의 성격과 기질상 느긋하게 생활하는 것은 많이 어렵겠지만 의도적으로 여유 있게 생활을 하고자 올해 목표에 작성을 했다. 특히 나의 직장인 학교에서 우리 반 아이들을 대할 때 온화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다. 단호하지만 너무 엄격하지는 않게 학급경영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학급 규칙을 아이들과 함께 잘 세우고 잘 적용을 해야 한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인생에 관해 깨달아가고 있고 그 정답을 찾아가는 길이 아직도 멀었지만 항상 느끼는 건 중용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스타일과 소신을 지키는 학급운영이 아직도 어렵지만 계속 노력 중이고 올해는 아이들에게 더 여유있고 온화한 미소를 많이 보여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영어를 좋아하는데 그동안 영어 공부를 하지 않으니 알고 있는 것도 자연스럽게 잘 나오지 않는다. 올해는 날마다 영어 단어 1개씩 쓰기를 아침에 할 것이다. 암기는 좀 부담스러우니 그냥 하루에 하나 쓰기를 선택했다. 중학생 아들내미 방에 들어가 단어장을 하나 집어 들었다. 총 1200개의 단어가 들어 있어 하루에 2개씩 단어 쓰기를 해서 이 책을 올해 끝내버릴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지만 이내 욕심을 비우고 하루에 1개로 정했다. 단어와 예문이 적혀 있어 단순하게 적는 것만 올 한 해 부담 없이 해 볼 예정이다. 중학교 기본 어휘가 들어있는 단어장으로 꾸준하게 적기만 해도 영어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동안 영어 공부를 한다고 연수도 많이 신청하고 들었지만 그때뿐이고 중도에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뒷심이 약한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를 믿어 보기로 한다.
요즘 행복과 인생에 관한 생각을 한 번씩 한다. 인생이 무엇이고 행복한 인생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과 비교가 심한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내가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사춘기 때도 생각하지 않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철학자도 말했듯이 인생 자체는 고뇌와 고통의 연속이다. 그 긴 여정에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 유쾌함을 끊임없이 찾아가며 나를 발견하고 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한 인생을 위한 나름의 결론은 남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끊임없이 남의 인생을 평가하고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나에게 도움이 절대 되지 않는다. 평가 후에 오는 비교는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 비교의 결과는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동반한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겉으로 봤을 때 정반대의 뜻이지만 결국 비교에서 오는 고통의 결과이다. 그래서 올해는 의도적으로 남의 인생을 함부로 넘겨 짓거나 결론 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후에 내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나에게 좀 더 집중하기로 결심하였다. 타인의 생각이나 시선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지만 자기 검열을 좀 덜 하고 나 자신을 믿기로 하였다. 타인이 나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므로 개의치 않는다. 사람들은 남의 인생에 대해 가십거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할 뿐 많이 생각하지도 않음을 너무나 잘 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보다 나 자신을 위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한 제일 기본은 건강이다. 40대가 된 후 여기저기 아픈 데가 한 군데씩 생겨나고 거울을 보면 급격하게 늙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나의 꿈인 '명랑한 할머니'가 되기 위해 엄마의 마음으로 나를 잘 돌볼 것이다. 항상 마음을 먹어도 시작만 거창할 뿐 끝이 미약한 나를 위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기록을 시작했다. 작은 것들이지만 꾸준히 하면 1년 후의 내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파이팅 넘치고 거창하게 하기보다 소소하지만 묵묵히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에 티는 안 날지 모르지만 하다 보면 언젠가 보다 나은 내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작은 습관이 우리를 만들거나 망가뜨릴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 숀 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