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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HONG Oct 31. 2024

그해 목포행, 그의 서울행


누가 벨을 눌렀다.

근처 카페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목포역에 기다려도 안 오길래...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서 왔어. “


"응. 난 가지 않았어... 갈 생각이 없었거든. "


"너, 처음부터 오지 않으려고 했니? "


"... 글쎄. 설마, 오늘 목포역으로 내가 오지 않아서 그 길로 서울로 차를 몰아서 달려온 거야? 근무지를 이탈하고 막 서울로 이렇게 와도 되는 거야? 걱정돼."


영채는 그의 눈을 마주 하지 못한 채 그의 신발만 응시하며 말을 꺼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그의 얼굴이 붉어졌고, 눈이 촉촉하다.

영채는 그가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목포에서 4시간을 급하게 차를 몰아 자신에게 진심을 확인하러 왔다는 것을.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영채는 그와 헤어지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고 몇 주 전에 약속한 목포행 기치를 타기 위해 나갈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모든 것들을 결정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애써 참으려는 듯 혜원을 보고 웃는다.

혜원은 이미 그 감정의 하향곡선 상태인 것 같았다.


"잠시만, 커피 주문하고 올게."

그녀가 냉랭한 분위기가 더 어색한지, 주문을 하기 위해 일어선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려다, 혜원은 그를 보았다.

그가 자신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그녀가 커피 두 잔을 들고 와 테이블에 놓았다.


"모자, 푹~ 눌러쓰고 나올 줄 알았는데 샴푸하고 나왔네."

"응. 며칠 너무 꼬질했거든. 생각할 것도 많았고. 그래서 좀 늦었어. 미안해. “


"나와줬으니 다행이야. 이렇게 얼굴을 보네. 설득이 안되면, 너를 보는 게 오늘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담아 놓으려고... 찍고 있었다."

그가 웃는다.

"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 그래.... 알겠다."  

그가 커피를 마시는 둥 마는 둥 돌아간다고 일어섰다.


“주차해 놓은 곳이 여기서 멀어? “

“아니, 너 만나러 서울에 오면 늘 주차하던 곳이야.”


“커피 방금 나왔는데, 마시고 가지...”


핑계였는지도 모른다. 보니까 또 보고 싶었다.

그렇게 보고 싶은 얼굴이었는데, 이별을 직감한 순간에야 만날 수 있다니. 보고 싶던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갈게. 네 마음 알았으니, 귀찮게 안 할게.”

“....”

“악수하자고 하면 할래? 그냥 이 순간 니 손 잡아보고 싶어. “

그가 웃으며 손을 내민다.


“그래. “

영채는 그에게 손을 내밀어 인사를 했다.


그는 그렇게 다시 목포로 내려갔다. 한밤중에나 도착했겠다 싶다. 잘 도착했다는 문자는 오지 않았고, 그의 인스타가 비공개되어 있었다.


영채는 소파에 누워 그가 찍어준 마지막 사진을 보고 있다.

인연이 여기까지 임을 알고 한 장의 사진으로 남는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별을 예감하며 목포로 내려갈 그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되었다. 그리고 과연 반대의 입장이라면, 오지 않는 연인을 만나러 목포역으로 갔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영채는 그 정도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서울로 달려와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문자로 보냈다.


“ 나와는 다른 별에서 그렇게 멀리서 나를 만나러 와준 거, 알아요. 고마웠어요. 사랑해 준 마음도. 당신이 나를 만나러 왔을 때, 눈부시게 웃던 모습을 기억할게요. 오래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길 바래요.“


그가 도착해서 어떤 밤을 맞을지, 영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도 이런 덤덤함을 위해 많이 울었으니까.


내일은 다른 해가 뜰 것 같았다.





https://youtu.be/1qzbXDsUd2E?feature=shared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어렵네요. 막 쓰는 단편이기에 가능한 허구. 상상하는 재미 아닐까 싶습니다. 머리도 좀 아프고요. 골 빠지는 일입니다. 단편소설 근처에도 못 갈 분량으로 때우며 흐흐.

시간이 지나면 모든 사진의 서사는 낯선 풍경에 머물게 되는 거 같아요. 거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그저 상상하여 입힌다는 것은 어떤 재미일지 몰라 시도해 봤습니다만, 각자의 길 앞에 오래 사랑할 수 없음을 알고 나누는 대화는 분명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이별이란 결말을 둔 연애를 해본 적이 오래되어 그 말랑한 연애세포를 깨우는 빌드업도 버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후.



2020년 10월 19일  작성,

2024년. 10월 31일 수정 첨언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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