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어려움 - 끝까지 읽기
토요일, 몸이 천근만근을 이끌고 간 곳은 걸어서 30분, 비교적 먼 거리의 북카페다.
평일은 본업에 집중하고 주말은 가급적 독서를 하려고 하는 편이다. 내가 있는 오픈톡에서 사람들은 거의 매일 1일1작 글쓰기를 올리곤 한다. 네이버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브런치 혹은 밀리로드에 글을 써서 링크를 첨부하곤 한다. 오픈톡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좋을 때가 있다. 성실함의 일상성. 나는 그게 좋다. 내가 지쳐있을 때에도 그분들은 어떤 글을 매일매일 쓰고 감성과 감정을 이입하고 그런다. 그것이 가끔 나를 어떤 이유에서 재촉하기도 한다. 마치 출근시간을 놓칠까 봐 예약해 두는 타이머처럼.
나의 글이 브런치든 밀리로드든 김 빠진 맥주 취급을 받는 게 싫어서 네이버블로그 계정을 비공개로 하나 더 파서 거기에 글을 쓰고 있다. 비공개란 독자의 압박이 없다 보니, 두서없이 고삐 풀린 잡초가 자라는 곳이 되어가 있다. 대충 한권의 책으로 라도 묶어보려니 함량미달. 작년엔 브런치에 연재를 했는데 올해는 그렇게 대충 쓰긴 더 싫고, 공모전에 도전하기엔 코피 터지게 다듬어야 할 태산. 역시나 본업의 우선순위에 밀려있다.
왜냐면 돈이 안 되는 일에 투자한다는 것은 자칫 핑계만 쌓인 리스트가 될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한다. 그럼에도 내 글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지 않은 것에 아쉬움은 있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조급하진 않다. 세상에는 순리가 있고, 닥쳐올 미래를 그때가 도래함을 준비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즐겁게!
이번 주도 어김없이 평일 야근에 지쳐있었다.
아무튼, 주말이랍시고 늦잠으로 10시즘 눈을 떠서 유튭을 보면서 뭉그적 하다가 대충 1시쯤 점심을 라면으로 떼우고, 동네 플리마켓에서 귀걸이를 사고 북카페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30분즘 되었다.
오늘은 아이스 카페라떼를 마실려고 한다. 5,000원.
토요일 나의 생산성은 귀걸이 12,000원+라떼 5,000원에 가치가 되려나?? 설마하고 피식 웃는다.
독서? 탐색차원에서 레이더 발동!
선량한 마음의 독서는 아니야
지난주에는 <제16회 2025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고, 이번 주에는 <제48회 2025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고 있다. 독서 혹은 취미생활이 아닌 시장조사에 가까웠다. 선량한 마음의 독서라기 보단 목적이 분명한. 명성있는 공모전에 도전해 보고 싶은데 대략 수상작들은 어떤 느낌인지 감을 보려고. (므흣)
지난주에도 느끼는 것이지만 책에 집중이 안된다. 그것이 나의 원인일까를 자꾸만 생각하게 만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기분이 좋은 신기한 느낌이 아니라 뭔가 동요될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
굳이 굳이 비교를 하자면, (뭐시냐.. 그러니까..)
처음 먹는 평양냉면 같다.
그것도 필동면옥에서 배우는 평양냉면의 맛!
가끔 나의 문해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다수가 공감하고 수상작을 선정하는 기준에 종종 의문을 표하지만 내 문해력 또한 의심하기도 한다.
그래서 해설집 같은 서평의 글을 읽고서도 공감을 못할 때가 있었다. 그냥 뭐랄까 수상작들이 내 취향은 아닌 거 같고. 어렵지 않은데 어려운 글! 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데 a4용지 5장 리포트로 제출해야 하는 과제 같은 기분이랄까. (흐흐, 참 쉽쥬~? )
그냥 평양냉면 맛 모르겠고,
미슐랭 1스타 손셰프 요리가 좋아~
떡볶이 순대도 좋쿠~
문학평론가 및 업계 탑클래스 분들이 심사 결정일 텐데 나는 왜 무슨 맛인지, 무슨 이유의 글인지.... 공감이 어려웠다. 대략 원고지 80페이지 분량의 단편일 텐데 그것도 끝까지 읽기가 힘든 걸 보면 요즘 내 마음이 복잡해서 일 거라 생각한다. 그 분량을 한번에 읽기 싫어서 브런치에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풉ㅋㅋ) 헛웃음이 나면서, 내 가방에 챙겨 온 다른 작가의 단편소설집에 더 눈이 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순간을 즐기다 보면 어디에라도
도착해 있어~ 그냥 하는 거야~
독서는 끝까지 읽어가는 마음,
완벽하게 조율된 시간이 되도록
날씨가 맑았다가 비가 왔다가 변덕스러운 날씨다.
한차례 북카페 창문으로 소나기가 왔다.
ㅡ.
다시 마음을 잡고 처음부터 읽으려고 표지를 넘기니 <작가의 말>이 나왔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말이다. 그 순간을 사랑했다는 말. 그 순간을 너무너무 사랑하다 보니 그런 위치에 도달해 있었다는 말은 내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에피타이저 같은 그 글을 읽고나니 보편의 '작가'라고 하는 분들에게 글 쓰는 행위와 감정이입과 숱한 날들의 고민과 사색이 얼마만큼 전부였을지 짐작이 되었다. 그래서 어쭙잖게 '내 취향이 아니네~'라는 선긋기는 보류하려고 한다. 각고의 노력으로 글을 썼을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대하면서 말이다. 또한 그 '수상작' 평가가 갖는 근거를 보물찾기 하듯이 하면서!
오늘은 이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려고 한다. 제발 끝까지 읽자는 마음으로. 내 이성의 고삐를 단단하게 붙들어 놓을 작정이다. 말초신경이 딴짓 하는 일이 없도록 단도리하면서! BGM까지 조용하게 틀어놓고 완벽하게 조율된 시간으로 만들어 읽어낼 것이다. 유유히.
독서가 이렇게 어려운 겁니다. 여러분!
마음 둘 곳 없어 책을 펼치니 그곳 또한 황량하구나.
- by 발행인 2025. 09.20 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