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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플 May 17. 2024

에스프레소?

우리의 삶은 '커피 원두'와 닮았다


나는 직장인이다. 아침 6시에 눈을 뜨면, 빨리 일어나라며 재촉하는 알람을 끄고 어기적 직장으로 나설 준비를 하는 동안 커피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추출을 눌러놓는다. 출근 준비를 마치면 추출이 끝난 에스프레소를 텀블러에 담아 아침 출근길에 나선다. 원두는 집 앞의 카페에서 직접 블렌드를 마친 원두로 매번 다른 원두를 구입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원두는 에티오피아 예거체프인데 커피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예거체프의 산미가 좋아서 자주 찾게 된다. 그런데 카페 사장님의 추천으로 처음 접하는 원두를 구입해서 추출했을 때 익숙하지 않은 처음 접하는 향에 흠칫하는 순간들도 있다.

에스프레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자면, 에스프레소는 간 원두에 뜨거운 물과 고압으로 적은 양의 물을 투과시켜 추출한 커피이다. 그래서 이렇게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얼음이 담긴 물에 넣으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메리카노'가 된다. 사실 학생 때는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비싼 돈을 내고 쓴 맛을 찾는다고 생각했었지만 대학생이 되고 주변의 추천으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지며 점차 각각의 원두가 담아내는 풍미와 산도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재밌고 맛있는 문화구나!'로 점차 생각이 변하게 되었다.

또 카페에 진열되어 판매되는 다양한 원두 빈들을 보고 있으면 똑같이 생긴 이 작은 알갱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다른 맛들을 내는 걸까 하는 호기심도 들고는 했다. 물론 포장지에 적혀있는 각각의 문장들로 맛을 예상해 볼 수 있겠지만 결국 미각은 주관적이기에 마셔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평가를 하지 않을까? 카페에서 원두를 구경하며 한편으로는 현대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원두와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형화된 방식으로 살아가며 모두가 같은 교육을 받고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학교와 직업을 향해 나아간다. 원두에 빗대어 보면 커피나무부터 시작하는데 나무에서 수확한 커피 생두를 말린 후 볶는 과정(블렌딩)을 거친 뒤에 품종과 등급을 나누면 우리가 아는 원두가 되는데 이때 대중에게 선택받은 원두가 좋은 원두가 되는 것이다. 또 사람과 원두 모두가 다 다르지만 대중에게 선망받고 선택받는 직업과 원두의 품종은 한정적이라는 점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느껴지는 씁쓸함과 함께 짧게나마 고독한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가 수많은 다양성에 '틀렸다'로 간주하며 '다름'으로 인정하는 문화는 아니지만 커피 소비 1위인 우리나라에서 여러 원두를 즐기며 한 번쯤은 일상 속에서 우리 주변을 돌아보고 익숙하지 않지만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인사를 건넨다면 에스프레소의 강렬한 산미 뒤에 이어지는 끝 맛에 원두의 향기가 나는 것처럼 각각의 장점을 찾아주고 인정하는 사회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들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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