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無影)
무영(無影)116.8X80.3cm캔버스 위에 오일 페인트2023
“엄니 인자 가야하는디 어쩐다요?”
“아가 여그 남으면 안되것냐?”
“지금 가불면 어찌될랑가 모른디 그냥 있그라와?”
“누런 옷도 벗고 총도 내려놓고 여그 따순 아랫목에 몸 좀 지지거라와.”
“엄니 지금은 어쩔랑가 몰라도 나 여그 있으면 엄니도 험한 꼴 볼 수 있당께요.”
“그냥 모른 듯끼 여그 있으면 안되긋냐?”
“엄니 나는 어디라도 있으면 안될 사람이랑께.”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은께 차라리 봉기한 동료들과 순천으로 갈라요.”
“오~메 어쩌가!”
“하나 밖에 없는 자슥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저리 간다고 한다냐?”
“아가 니가 무슨 죄를 졌냐?”
“천지가 개벽했다고 하지만 조용히 있어불면 암시랑토 안 할거여.”
“그랑께 그냥 눌러 있어불어라!”
“엄니 그렇게 쉽덜 안해요 .지금 순천으로 첫차를 타고 가야 한당께요.”
“인자 가면 언제 볼거나?”
“요로코롬 가슴이 찢어지는디 니를 어찌보낸다냐?”
“엄니 나 꼭 살아서 올틴께 걱정마랑께요.”
“나라고 가고싶것쏘 반드시 돌아올텐게...”
“나는 니가 없으면 못 산께 싸게 돌아오거라잉.”
“오~~메 인자 호각소리 나부네!”
“여수역으로 집결해야항께 나는 가요 엄니.”
“좋은 날오믄 반드시 돌아올텐께 건강하시고 끄니도 잘챙겨 묵으시오.”
“아이고 이런 문딩이 시상 나혼자서 어찌 산다냐 니 없이 어찌 산다냐!”
여수군 주둔 14연대는 제주도 애국인민을 학살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항명하고 부대를 점거한 후 봉기한다. 이들은 지역에서 모병된 군인이 대다수로 여순항쟁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다. 1948년 10월19일 봉기 후 입산해서 1954년 4월 지리산에서 모두 산화했다. 2천여명의 14연대 부대원들은 봉기 가담하거나 부대에 그대로 남아있거나 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국가는 결국 모두 체포해서 그들을 죽였다. 14연대라는 이유로 죄가 있던 없던 그들은 죽어갔다.
작품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14연대 병사가 가난하고 먹을 것이 없어 입대했고 여순이 일어난 것이다. 그는 어디에서도 없어야할 사람 14연대 군인이며 그림자도 없는 사람이다. 동포를 학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 사라진 사람들. 여순에서 지금도 그 굴레는 계속되고 있다. 언제나 그들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 질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