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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금만 May 22. 2024

여순사건

이상한 일(구봉산중턱)

이상한 일(구봉산중턱)/162X130/콘테/2024/1




수많은 몽둥이와 발길질 그리고 돌들이 날아왔고 머리와 몸뚱이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기다시피 해서 여기 구봉산기슭으로 왔다. 눈이 점점 감겨오고 호흡하기가 어렵다.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숨을 쉴 때마다 장기 어느 부위를 찌르고 있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구봉산 중턱에서 죽어가는구나. 




지난날 동정시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그들이 생선 대가리를 던져주거나 길가에 버려진 음식 찌꺼기로 연명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홍수가 나서 먹을 것도 없고 거리는 지저분해서 살기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먹을 것이 많아져 좋았다. 특히 육식을 해서 좋았다. 그들이 이전에는 먹이 가까이 가면 때리며 쫓았는데 이제는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고 그저 우리를 방관했다. 종산국민학교 주변은 먹을 것으로 가득 찼다. 밤을 기다리면 먹을 것이 생겼다. 이후에는 그들이 희생당한 먹이들을 여수여중 아래 길가에  나란히 묻어놓아 그들의 눈을 피해 파먹으면 그만이었다. 




며칠간 종산 국민학교에서는 내게 먹이를 주던 이들이 나중 내 먹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누가 내 먹이가 될지를 구분하는 것은 정말 혼란스러웠다. 서로 내 먹이라고 손가락질하거나 판단하는 이가 간단한 몸짓하나만으로 그 자리서 먹이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어떤 기준이 내 먹이가 되는 것인지 정말 알 도리가 없다. 내가 봐서는 그들은 모두 같았다.




나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왜냐면 누워있는 것이 먹을 것인지 아닌지 구분을 할 수 없어서였다. 그만큼 거리는 먹을거리로 넘쳐났다. 누워있는 것은 내 눈에 모두 같은 먹이로 보였다. 길가에 놓여 있어서 먹으려고 건드렸는데 살아있었고 주변에 있던 그들은 분노해서 날 이렇게 만들었다.  




나는 오늘 죽어가면서 또 하나의 이상한 일을 보고 있다. 내가 숨이 끊어져가면서 이렇게 보일 수도 있는지 아니면 진짜 일어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무튼 지금 그렇게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먹이를 주었던 이들이 자신을 태울 장작을 지고 구봉산 중턱으로 가서 죽고 있다. 그리고 그 장작으로 먹이가 된 후 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 눈은 감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보고 있는 이 광경은 믿을 수 없다. 먹이를 주던 인간과 그들의 세상이 이렇게 질서가 없는 혼란스러운 세상이었던가? 차라리 우리들의 세계가 더 좋았다고...




여순사건 당시 서국민학교, 종산국민학교  등지에서 수용되었던 사람들이 구봉산 중턱으로 자신들을 태울 장작을 짊어지고 가는 것을 보았다고 마을 사람들이 증언했다. 이들은 사형 당한 후 자신이 지고 간 장작으로 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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