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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 MaSill Oct 08. 2024

죽음은 소멸하는가, 변화하는가?

이서현

          일민미술관 ⟪IMA Picks 2024⟫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드로잉 작품들과 함께 암막 커튼 사이로 큰 스크린이 등장한다. 차재민의 ⟨광합성하는 죽음⟩은 약 30분가량의 영상 작업으로 두 개의 언어로 번갈아 내레이션이 나온다. 영상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빈 집에 관찰대를 들이면서 음식들을 놓고 유리막으로 감싸며 시작된다.

           영상 속 음식은 유리막을 통해 외부 세계와 분리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외부의 습기가 유리막 내부로 침범해 부패된다. 이 과정은 마치 인간이 생명력을 잃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음식의 형태가 온전히 사라지지 않고 변화함을 알 수 있다. 필자는 부패되는 음식이 죽음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 처음 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인간의 죽음 또한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라 몸의 상태가 변화하고 있다고 느꼈다. 영상 속 음식의 모양, 색깔, 맡아보지 않아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향기까지 형태가 변화할 뿐, 소멸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의 몸이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신체의 기능이 점점 달라지고 변화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로써 죽음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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