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실 MaSill Oct 08. 2024

김희수아트센터 ⟨기슬기 개인전 : 전시장의 유령⟩

정민지

        김희수아트센터에서는 ⟨기슬기 개인전 : 전시장의 유령⟩展(2024.08.30 –10.19)이 전시 중이다. 동시대에서 이미지가 경험되는 방식을 여러 매체를 사용해 실험적 작업을 해온 기슬기 작가(1984~)는 이번 전시에서 거울과 물 같은 반사 매체를 이용해 ‘응시’라는 시각적 경험에 대한 시선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거울과 같은 반사체가 단순한 이미지 전달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거울은 관객에게 자신의 모습을 되돌려주지만, 그 이미지가 왜곡되고 불완전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거울이 투과율, 곡률, 빛의 조건 등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반영되는 이미지들을 통해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게 한다. 기슬기 작가는 이 간극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이를 통해 실재와 비실재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거울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내가 보는 것이 진정한 나인가?” 이러한 질문은 관객이 단순한 표면적 관찰을 넘어서, 자신의 시각적 인식 과정을 재점검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전시 제목인 ‘전시장의 유령(Geist in the Exhibition)’에서 ‘Geist’가 단순한 ‘유령’이 아닌, 정신과 지성을 포괄하는 존재로서의 의미를 포함한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또한 본 전시는 ‘공간’, ‘시간’, 그리고 ‘피사체’라는 세 가지 주요 주제에 집중한다. 작품은 반사체와 거울을 통해 관객에게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작품의 일부로 포섭한다. 또한, 카메라에 의해 포착된 여러 왜곡된 이미지를 동일한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융합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시도한다. 이는 사진의 전통적인 기록성을 넘어, 동시성과 기록을 함께 경험하도록 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전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관객의 참여가 작품을 완성하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전시 서문에 명시된 것처럼, 관객은 “고정된 기록물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작품의 영역 안에서 직접 움직이고 참여하며,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이미지들을 경험하고 촬영하는 자와 촬영된 것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발견(1)”할 수 있다. 이러한 참여를 통해 관객은 작가와 피사체의 경계 안에서 자신을 재발견하게 되며, 이는 예술 작품의 본질을 고정된 결과물이 아닌 과정적이고 경험적인 것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관객이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경험보다는, 작가가 의도한 결과 안에서 제한된 방식으로 움직이게 되는 참여로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거울과 같은 반사체는 강력한 시각적 장치로서 관객을 스스로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유도하지만, 그 경험은 작가가 설정한 특정한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완전한 자율성이 부재할 수 있다는 의문이 들었다. 따라서 필자는 관람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본인의 고유한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시가 보다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기슬기, 전시장의 유령_leaflet , 수림문화재단, 2024
전시장의 유령 (Geist in the Exhibition), 2024, 금색 아크릴 거울 위에 UV 프린트 (UV print on gold acrylic mirror), 178.
⟨너의 건너편⟩, 2024, 아크릴 거울 위에 UV 인쇄(UV print on acrylic mirror), 119 x 239cm(7ea)
⟨프라이멀 셀피 2 (Primal Selfie 2)⟩, 2024, 거울위에 UV 프린트 (UV print on mirror), 60 x 60cm
작가의 이전글 예술적 실천과 현대 미술: 모호함 속에서 맥락을 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