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가현
일민미술관 《IMA Picks 이마 픽스 2024》 김민애, 백현진, 차재민
방문일자 : 2024.09.21. 토
예술 작품은 예술가의 소통 매체이자 창구, 기록물로써 작용한다. 작가가 무엇을 보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나아가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를 대변한다. 일민미술관에 서 진행하는 ⟪IMA Picks 이마 픽스 2024⟫에서는 김민애, 백현진, 차재민 세 명의 작가가 각각 조각, 회화, 영상 매체 작업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시장은 총 세 개의 층으로 차재민, 백현진, 김민애 작가 순으로 한 층씩 전시장을 맡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차재민 작가의 전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차재민 작가는 ⟨광합성하는 죽음⟩이라는 영상과 드로잉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장의 입구에서부터 절반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어떠한 것들을 작가만의 상상력에 기반하여 그린 드로잉과 작은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가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 죽음의 장면들이 어쩐지 예쁜 색상과 형태로 그려져 있다 보니 분명 죽음을 향한 작업임에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종양을 그린 작업이 있었는데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떠한 증상이 광합성하듯 무럭무럭 자란다는 점에서 상반된 이미지와 의미의 흥미로운 조합이 작품 제목에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그저 아픔을 기록하듯 작업에 녹여낸 것인가 생각되면서도 어쩌면 우리의 일상, 확장하여 현대사회에까지 다양한 적용 지점을 제공하며 비판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드로잉 작업에 뒤이어 전시된 영상 작업은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하듯 유리 진열함에 과일을 넣어 그대로 둔 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시기가 한여름인 점을 이용하여 과일이 점점 부패해 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다. 어두운 암실에 영상 작품이 설치되어 차재민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가 무엇 인지 집중하고 사고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지 않았나 싶다.
차재민 작가의 전시는 죽음에 이르는 물리적인 상태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죽음의 순간과 가까워지는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그리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더불어 미술 작품에 대한 각자 미(美)의 기준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였다. 이번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차재민 작가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의 세 작가들 중 가장 이야기가 잘 와닿은 작가였고 앞으로 차재민 작가의 다음 작업도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