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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 MaSill May 25. 2024

⟪리너스 반 데 벨데: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김민서


작가 : 리너스 반 데 벨데

장소 : 아트선재센터

기간 : 2024.03.08 - 2024.05.12


   작가는 벨기에 앤트워프에 거주하며 다양한 재료로 작업을 진행한다. 목탄이나 오일 파스텔,  색연필을 이용한 회화 말고도 영상, 조각을 이용한 설치 작업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아트선재 센터 건물로 들어오며 2층 전시장 입구에서 이어지는 작업들은 일정해 보이지 않는 위치 선정이 보인다. 벽면에 걸린 스크린의 영상에 출연한 오브제들이 놓여 있는 모습으로 관객들은 그 사이를 지나며 작품 속에 들어온 듯한 효과를 준다. 리움 미술관에서 개최한 설치 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1) VOICES, 보이스 (2024.02.28 - 07.07)와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이 있다.  필립 파레노의 전시도 각각의 조형물들이 한 공간에 각자의 위치를 고수하며 설치되어 있다.  또한 오렌지빛 필름을 유리창에 붙여 외부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각각의 다른 의미를 지닌 작 품들이 전시된 내부 공간을 한 덩어리처럼 모은다. 그렇게 각기 다른 작품들이 서로 동떨어져 있게 만들지 않고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하며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렇기에 필립 파레노의 전시를 이미 보았던 관객들에게는 이번 리너스 반 데 벨데의 전시가 다소 심심하다 느껴질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진행했던 전시 2) 톰 삭스 :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의 작품들이 연상된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작품들이 같은 자리에 위치한 모습이 흥미롭다. 다른 갤러 리에서 전시를 나누어 진행하는 것과 장난감처럼 보이는 조형물이 그렇다. 리너스 반 데벨데의 전시는 아트 선재 센터와 더불어 무료로 전시를 진행한 갤러리, 스페이스 이수가 있겠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다른 장소에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는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관람객이 감상해 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스페이스 이수에도 영상에 나온 조형물이 비치된 모양이다.

  같은 전시장에서 진행한 두 전시는 3) 화이트 큐브 공간 안에서 보인다. 사방이 하얀 벽으로 막혀있는 전시장에서 바라보는 작품의 전시 장소를 같은 달리하여 디스플레이 방식이 다른 비 교군으로 삼아 전시를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일한 작품이 각각 차별화된 장소에서 바라보는 관객의 시각 또한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전시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끊임없이 재생되는 영상 작품들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라 루타 내추럴(La Ruta Natural)⟩(2019-2021)로 영문으로 거꾸로 읽어도 라 루타 내추럴로 읽히는 재미를 볼 수 있다. 이 제목처럼 영상의 내용 또한 이어지는 반복이 드러난다. 또 다른 영상으로는 ⟨하루의 삶⟩(2021-2023)이 있다. 무의식적인 꿈의 연속처럼 펼쳐지는 두 작품은 초현실적인 세계를 드러낸다. ⟨하루의 삶⟩에서는 4) 외광파 작 가의 하루 동안의 여정을 보여준다. 전시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작가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쓰고서 작가의 도플갱어를 연기하는 영화 속 주인공은 가상과 실재, 모험과 일상, 삶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저마다의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치들은 실물 크기로 전시장 곳곳에 만나볼 수 있다. 전시 내용 중 어딘가 비대칭으로 보이며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장치들은 수공예 작업처럼 하나하나 공들여 제작되었음에도 취약한 재료와 만듦새를 일부러 드러내 우리가 영화적 환영 과정을 보고 있다는 점을 환기한다고 한다. 다만 오히려 전시장 내 부 벽면을 포함에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내도 몰입감이 더욱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얀 바닥 위의 조형물들은 영상이 흘러나오는 벽면의 모니터와 함께 어딘가 동떨어져보이는 듯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본인의 작품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드로잉 작품을 보면 책, 영화, 뉴스, 잡지, 도서 그리고 위인전 등의 매체에서 각종 소스를 얻으며 실재하는 것들로부터 허구로 이어질 수 있는 상상의 원천으로 삼으며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위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였듯이 관람객이 더 재밌고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복잡한 동선을 그려 내본 전시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각주

1) VOCES, 보이스 필립 파레노 (2024.02.28 - 07.07)

2) 톰 삭스 : 스페이스 프로그램: 인독트리네이션 톰 삭스 ( 2022.06.22 -  2022.08.07)

3)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출입구 이외에는 사방이 막혀 있는 실내 공간이다. 미 술 작품을 전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으로써 어떤 맥락에서도 자유로우며 크고 깨끗하고 중 립적인 - ’그러므로 하얀 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4) 넓은 의미로는 19세기 프랑스 회화사에 등장하는 호칭으로서 아틀리에의 인공조명을 거부하고 실외의 직접적인 빛을 받으며 제작하는 태도를 취하는 화가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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