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실 MaSill May 25. 2024

잊혀져 있던 또 다른 세계  
유근택 :오직 한 사람

우수경


  성북구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유근택 : 오직 한 사람⟫ 기획전시를 관람하고 왔다. 유근택 작가는 한지에 수묵 채색으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전통적인 동양화에서는 관념 적인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작가는 일상을 주제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에 대 해 이야기한다. 작가에게 일상이란 날마다 반복되는 같은 풍경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잊힌 감각을 깨우치게 되는 또 다른 세계를 의미한다.  

  전시는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형태였다. 3층, 제1 전시실에서는 평면작 업을 볼 수 있고, 2층으로 내려와 목판과 입체작업을 볼 수 있다. 제1 전시실에서는 유 근택 작가의 계절의 변화에 따른 성북동 일대 풍경을 그린 대형 신작과 미공개 회화가 소개된다. 2층에 있는 평면 작업들은 한지를 솔로 비벼 종이가 일어난 듯한 질감을 나타 내어 역동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특히 스케일이 큰 평면 작업에서 이러한 역동감이 더 잘 느껴졌다. 한지를 짓이기는 특유의 기법을 통해서 작가의 “뚫고 나오는, 마치 계획해 서 윤회하고 있는 듯한 장면을 묘사한다.”라는 작업 의도가 드러난다.  

  제2 전시실에서는 목판과 입체 작업을 보여준다. 작가는 “칼과 붓은 서로 다르면서도 둘 다 어떤 호흡의 문제와 존재론에 깊숙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유근택 작가의 목판 작업은 회화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칼과 나무를 사용해 그리고, 세우고, 붙여 나간다. 평면 작업에서 공간적인 작업으로 확장된 조각적 드로잉이라고 볼 수 있다. 목판을 단순히 찍어낸 도구가 아니라 그 자 체로 조각이 되기 위해 그 위에 그림을 그린다거나, 베어내는 행위를 통해 떨어져 나온 조각들을 덧붙이는 기법을 사용했다. 입체 작업을 생각하면 만들고 조각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유근택 작가의 나무 작업은 평면에서 시작한, 연장선에 있는 작업이라고 느껴졌다. 다양한 색감으로 그려진 회화 작업과는 다르게 목판 작업은 흑백이었는데, 목판 특유의 거친 질감과 잘 어울렸다.  

  작가는 “먹은 종이에 스미고, 호분은 종이에 쌓인다. 이 재료들은 종이에서 조화를 만들 어 낸다.”라고 말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작가에 대해 알게 된 점은 수묵화 재료의 특성을 잘 드러내며 기존의 동양화가 가지고 있는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답습이 아닌 일상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이다. 작가는 성북구에서 지내는 동안 창문 너머로 본 사계절이 풍 경, 길, 꽃과 같은 사물 등을 통해 ‘일상’을 표현했다. 작가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호흡하는 모든 것이 어떻게 회화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꾸준히 질문을 던지며 구축해 온 작업 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작가의 이전글 망고에서 욕조를 먹는 반 데 벨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