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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통수영 Sep 20. 2024

이방인 5(결말 끝)

"언니 내가 웬만하면 참고 먹겠는데 깻잎은 정말 못 먹겠어 고수보다도 어려운 채소야"

"우산은 장례식장에서 주는 선물인데 이걸 왜 회사에서는 기념품이라고 주는 걸까?"

"축하금은 빨간색  봉투에 주어야지 죽은 사람도 아닌데 왜 흰 봉투에 주는 거야?"




같은 한국인이라면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는데

왜 우리는 서로가 이렇게 다르고

만나면 맞추느라 피곤한데

그럼에도 왜 우리는 이렇게 자주 만나고 계를 유지하는 걸까?


한국에 있는 나에 지인

한국에 있는 A의 베트남 지인

한국에 있는 B의 인도 지인

이 사람들과 만나면 되는데

곤하게 한국 언니들까지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지.


우린 남인데.


01.

A는 오늘도 베트남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A는 한국에 정착한 비교적 성공한 베트남인이다.

주변 베트남 친구들은 A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따라 하기도 한다.

많은 부분 도움도 요청한다.

그 사람들은 A가 무엇으로 힘든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먹고 싶은지 잘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주는 같은 민족.

귀하고 감사하고 좋다.


베트남이었다면 가족과 상의했을 이사와 집문제

아이 교육문제를 A에게 이야기한다.

대화를 하는 건 .

고향 이야기는 정겹고 편하다.

편한 만큼 불편할 때도 있다.

A는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데

가족과 친구에게 할 말을 A에게도 한다.

이곳은 한국이라는 타지에서 만난 동포니까.

 

사정 이야기를 하며 돈을 빌리고

식사비용을 A에게 부담해 달라고 요청한다. 불편하다.

한두 번은 내줄 수 있지만 매번 이렇게 요청하는 건 나 또한 힘들다.

이렇게 요청하고 도움을 받지만 결국 떠날 때는 연락 한번 없다.

지금까지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을 모았다면 웬만한 월세 보증금은 되어 있을 거다.


A의 외로움을 위해 만난 같은 민족.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지만

A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일방적으로 언제나 도움을 주는 그런 존재인 A는  피곤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주님에 마음으로 품어주세요'



한국 언니들을 만날 때는 더치페이를 기본으로 한다.

내가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고 하더라도 더치페이다.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했지만 지내다 보니 합리적이다.

언니들은 예산에 맞추어 만나고 행동한다.

그렇다고 언니들이 계산적이거나 야박한 건 아니다.


집에 자주 초대해 파티를 하는데 그때 언니가 손수 음식을 만들어 준다.

그럼에도 언니들은

생각보다 A에게는 아낌없이 베푼다.

얼마 전 A의 생일이었다.

A의 생일에 다 먹지 못할 케이크와 과일이 잔뜩이다.

결국 이웃에 몫으로 돌아가버렸다.

A에 베트남 친구들은 케이크와 과일을 한가득 전달해 준다.

언니들은 다르다.

 A가 자주 가는 파리바게트 상품권을 선물해 주는 언니들 센스 있다.

A가 3만 원은 한 번에 사용하기 힘든 걸 감안해 1만 원 권으로 내준 3장.

A가 1만 원 이상 한 번에 사용을 잘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언니들.

받는 쪽보다 베푸는 걸 선택한 한국에 언니들

확실히 내 친구와는 다른 느낌 다른 배려다.


02.

B가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투르고 많이 걸어본 적이 없는 인도 친구들은 한국어에 가장 능숙한 B에게 많은 부분 요구한다.

'똑같이 돈을 내고 여행하는 건데 왜 내가 항상 더 많이 일하는 걸까. 합리적이지 않아'


더욱이 B는 자녀도 둘이나 된다.

자녀가 하나인 가정보다 더 힘든데

하나인 가정보다 일은 더 많이 한다.


B의 친구들과 지인.

모두 인도에서 힘든 일을 해본 적이 없기에 누군가에게 부탁하기에만 익숙하지 실제로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결국 다 해야 하는 건 B의 몫


언니들과 다닐 때는 예약과 일정약속을 하기에 수월했다.

둘이 있는 B에 대한 특별 배려는 본.

일에 대한 분담도 정확했고

육아와 여행이 가능한 만남을 유지했다.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얼마 전 둘째 출산에도 말로만 축하를 전하는 인도친구들.

연락된 김에 B에게 또 다른 집 구하는 문제를 상의하는 친구들.


한국식 문화라며

돈봉투와 함께 홍삼선물을 보내준 한국 언니들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와 어울리는 것이 B에게 이득인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도에서라면 절대 다시는 만나지 않을 법한

B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도

한국에서는 만나고 소통해야 한다.

B에게는 또 다른 스트레스다.

03.

맞지 않는 식문화.

소통에서 긴 시간이 걸리는 언니들


말도 잘 통하고 음식도 잘 맞지만

나를 피곤하게 하는 동포들.


같은 나라 사람이라 통하는 것이 많은 것 같아도

다른 나라 사람이라 문화가 달라 불편한 것 같아도

결국 타인은 불편하다.

가족처럼 친밀하다고 하지만 가족 같은 남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남은 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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