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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통수영 Sep 23. 2024

친구 1

내 친구 Y

'고등학교 친구는 영원하다는데

우리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도

꼭 연락하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에 대해 고민하고 알고 싶었던

10대 후반.

나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에 대해 고민해 주던 나의 친구


나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함께 이기에 마음이 든든했던 나의 친구.


그 친구와 함께 걷던 산책로 영화, 커피

모든 게 그대로인데

그 친구는 지금 내 곁에 없다.


우리는 10대 마지막을 함께 했지만

10년을 불태우고

20대에 손절했다.


01.

'나 유학을 가게 되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자주 날 보러 와줄 거지?'

친구 Y유학을 응원하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네지만 아쉬움 반 부러움 반이다.

Y는 내가 삶에 있어 처음으로 다른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친구였다.


중학교 시절 나는 품행도 단정했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이 나를 처음에는 호감형으로 바라보다 시간이 흐르면 나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너무 궁금했다.

나는 성적도 나쁘지 않고, 품행도 바른데

왜 선생님이 저 친구들과 나를 다르게 대할까?

그러다 문득 읽게 된 학교에서 발행된 책자.

운영위원회를 맡게 된 학부모의 쓴 글

'00 학교 운영위원회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건 00 아파트 1,2,3단지 아파트에 아이들에 대해 잘 대처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3단지 아파트에 살지만 나는 학교에서 말한 교칙을 위한 한 적도 없고

학교에 피해를 준 적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냥 그 아파트에 사는 자체만으로 학부모 운영위원회와 선생님들에게 다른 존재였던 걸까?


Y는 달랐다.

Y는 다른 지역에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거나 그런 삶을 살아본 적은 없었다.

Y는 이런 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이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어려움 없이 유학길까지 오른 친구였지만 나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학벌? 그게 과연 중요할까?

물론 중요할 수 있지만 사람을 사귀는 데는 그것보다 다른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그들이 옳은 건 아니잖아. 굳이 내가 그 사람에게 맞출 필요가 있을까? 꼭 그 공간에 머무르기보다 다른 공간을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Y는 그랬다.

부유하지만 융통적인 사고를 가졌고,

돈이 없더라도 나만에 생각과 개성을 가진 나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Y는 내가 사는 우리 집과 나의 배경을 본 것이 아니라

그냥 나를 좋아해 주었다.

나는 그런 Y가 참 좋았다.

Y와 함께 라면 나라는 사람을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과감 없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02.

유학길에 오르기 전 Y의 초대로 친구의 집에 방문했다.

Y가 따로 머물 수 있는 공간.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간식.

엄마와 대화는 읽은 책과 영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집에서 Y 살고 있었다.

내가 영화나 책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늘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하며 집안일을 시킨 우리 집과는 너무 달랐다.

도대체 이 집에 분위기는 무엇일까?

확실히 익숙한 분위기는 아니다. 

색했다. 그런데 부럽기도 했다.


시골에서 보내준 재료로 비용을 아끼기 위한 요리가 아닌

먹고 싶은 요리를 바로 주문해서 먹는 Y집의 문화.

식사를 하기  위해 집안일을 돕지 않아도 되고 앉아 있으라고 하는 Y의 어머니.

결혼식이나 각종 행사에 입을 옷이 변변치 않아 매번 이웃에게 빌려 입는 우리 집에 모습이 너무 달랐다.


Y에 어머니께서

나에 대해 우리 가족에 대해 물어볼 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좋지만 불편한 이 느낌은 처음이었다.


나에게 동네 아줌마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인사를 나누며 관심사를 나누어 본 적은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나누고, 나의 관심사, 궁금함을 물어본 어른은 처음이었다.


좋지만 익숙하지 않은  느낌.


03.

Y가 좋았고 배려를 받아 존중받는 마음이 들었지만 받아본 적이 없는 배려였다. 그 배려가 익숙하지 못해  불편하기도 했다.


관계에서 솔직함을 기본으로 한다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나 이번주에 몸이 안 좋아서 영화는 다음에 보자'

'오늘 가족들 모임이 있어서 식사를 하고 나갈게. 너도 밥 먹고 나와'


사실 더 거짓말이다.


Y와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고, 함께 지낼 때 용돈에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함께 하는 것이 불편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Y가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Y가 좋았지만 Y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서로 우정을 나누고 좋아하는 친구임은 분명한데

Y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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