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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통수영 Sep 24. 2024

친구 2

내 생일

'Y가 너 생일인 거 알고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더라

그래서 내가 너 방에 거울이 없다고 말해줬어'

01.

내 생일

Y가 축하한다며 선물을 건넸다.

거울이 달린 작은 간이 서랍장이다.


분명 그동안 내가 만나왔던 친구가 이런 선물을 주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그런데 Y에게 받은 선물은 좋으면서 부담되는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부담되는 마음이 앞섰다.

'이거 도대체 얼마일까?

내가 이걸 받으면 Y 생일에 나는 뭘 해줘야 하나 '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내가 오늘 밥이라도 사야겠네 이런....'


선물을 받았지만 부담스럽다.

좋지만 좋다고 내색하기도 힘든 이런 상황.

참 난감했다.


내 친구는 Y에게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해서 나를 난감하게 하는건지

그까지 생일이 뭐라고

선물을 받았지만 부담된다.


02.

선물을 받았는데 Y의 생일은 이미 지났다.

'Y생일에는 내가 챙겨주지도 않았는데 도다체 왜 내 생일은 챙겨준건지.

'도대체 답례는 뭘로 하지?

밥이라도 사야 하나?'

고민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면 그래도 내가 밥값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니 자연스럽게 한 끼 식사가 될 것 같았다.


나와 다른 세상에 있는

좋아하지만 불편한 친구를

처음으로 내 공간에 들였다.


예상대로 Y는 우리 집이 작은 평수에 조밀조밀 붙어 있는 우리 집에 대해 함부로 평판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들과도 비교적 인사를 잘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 부모님 또한 예쁘고 예의 바른 Y를 무척이나 반기고 예뻐하셨다.


'근데 예쁜 친구라 그런지 옷도 참 예쁘네.

이 코트 참 예쁜데 이거 어디서 샀니?'

엄마가 친구에게 옷을 칭찬하며 이야기하셨다.

'아~ 그거 엄마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백화점에서 사주신 거예요'

엄마 그만. 그만. 그만을 외쳤지만

결국 엄마는 한마디 하셨다.

'우리 딸이 맨날 옷 사달라고 타령이더니 이런 좋은 옷을 입는 친구가 있어서 그랬나 보네.'

물론 Y이것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너무 창피했다.

나는 집에서 옷타령을 하거나 무언가를 사달라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는데 지례짐작으로 나의 마음을 읽어 다른 친구도 아닌 Y에게 이야기하는 엄마가 미웠다.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나에 마음.

나를 솔직하게 봐주어 좋았던 Y가 왠지 내 마음을 다 알게 된 것 같아 너무 창피했다.


차라리 잘난 척을 하고 있는 척을 하는 친구라면 미워하기라도 할 텐데

Y는 예쁘고, 그냥 나를 그대로 봐주는 그런 친구였다.


나만 모자란 사람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이 감정.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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