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가 어느 날부터 이상하다.
수업시간에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이고
도통 말수도 없다.
영화를 보러 가도
함께 식사를 해도
쇼핑을 가고
함께 음악을 들어도
Y는 예전과 다르다.
"나 유학가"
01.
"유학은 왜 가는 거야?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야?"
Y가 무표정하게 답한다.
"그냥 영어를 더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한국을 떠나고 싶어서"
헐....
영어는 한국에서도 배울 수 있고
떠나는 건 유학이 아닌 여행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왜 유학까지 가는 건가?
궁금하면서 이해가지 않는 마음 절반
부러운 마음이 절반이었다.
부러운 마음이 질투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무 질문도 하지 못했다.
다만 Y의 선택을 부러움과 응원으로 대신하기로~!
"유학 가서 나 꼭 초대해야 돼
너 보러 놀러 갈게"
02.
3년 후.....
Y와 나는 서로의 상황은 달랐지만
여전히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가끔 선물인 소포를 주고받으며
전화로 수다를 떨며
여전히 절친처럼 지냈다.
서로 사는 곳은 달랐지만
여전히 우리는 고등학생 때처럼 가까웠고
우정은 뜨거웠다.
내가 유학을 떠난 건 아니지만
나에게 절친이라 불러주는 Y가 연락이 오는 것도
가끔 건네주는 소포도
주변으로부터 어깨가 으쓱해지는 선물이었다.
'그래 내 친구 이 정도야~!'
03.
여느 때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가는 어느 날
엄마가 문득 말한다.
"우리 딸,
엄마가 200만 원 줄 테니 Y에게 놀러 갔다와."
음..... 200만 원이면 내가 몇 달을 마트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돈이다.
엄마에게도 큰돈인데 그 큰돈을 들여 나에게 여행을 보내주다니.....
"아니야. 우리 형편에 무슨 여행
그냥 엄마랑 외갓집이나 다녀오지 뭐"
나는 우리 집에 형편을 잘 안다.
다음 학기에 장학금을 놓치면
아르바이트를 중단하면
도미노처럼 밀려들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냥 가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
"지금 못 가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래
Y가 있을 때 한번 다녀와.
이번 기회에 아르바이트도 그만둔다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외국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