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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하루 Aug 26. 2024

마흔 수업 더 받아야 할 듯

여전히 현실 부적응 중

긍정이든 부정이든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마흔 맞이도 강렬히 온다 들었다.

마흔에 마주한 현실이 너무 초라해서 매일이 우울하던 날 김미경 작가님의 마흔 수업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어떻게 이 타이밍에 나를 위해 이런 책이 나왔지' 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어떤 해결책을 주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 책이 아니었다면 이유 모를 불안감에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을 마음을 한 곳에 정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도 해결책이었을지도...

그렇다 마흔은 죄가 없었다. 마흔인 나는 더욱이 죄가 없다.



그러고 인생에 수많은 변화를 주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들을 따라 하고 절제와 사색의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부수입을 얻기 위한 강의도 열심히 들었다.

그러고 또 2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현실을 보니 나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마흔이 넘은 나는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여전히 불안하고 삼십 대의 나보다 더 부족하게 느껴진다.

당연한 것이 전문직으로 일하던 삼십 대의 월급보다 지금의 월급이 더 적다.

아이는 커가고 집은 평수를 늘렸다. 물가는 올랐고 내 월급은 5년 전 보다 낮아졌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



불행도 결국 타인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감정이라면 어쩌면 나도 비교지옥에서 루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비교하지 말자'라고 매일 마음속으로 외치지만 팍팍한 회사생활 속에 부정이가 마음껏 본인의 역량을 펼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어디서 어떤 선택을 잘 못한 걸까' 매일 밤 불 꺼진 방에서 혼자 생각했다.



마흔의 삶이 원래 이런 건데 또 깜빡했구나, 원래 인생이 이런 건데 또 까먹었구나.

너무 잘 살고 싶고 너무 잘하고 싶어서 그런 거였다.

잘 살지 못한 날도 없었고 열심히 살지 않은 날도 없었는데 그만 좀 나를 괴롭혀야겠다.

욕심이 있다면 나아가면 그만.

과정에서의 초라함과 대가는 숨 쉬듯 당연하게 감내해야 하는 것.

그런데 그 과정을 감내하지도 않으면서 현실부정과 투정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지금이



초등학생 아이가 요즘 유행하는 '미룬이'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신나게 따라 하는 아이와 달리 어른이인 나는 양심에 찔렸는지 가사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참 못난 어른이다.



그래, 완벽하지 못한 지금도 없고 완벽한 지금도 없다.

나를 채워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는 걸 알기에 내가 단단해질 수 있게 오늘도 나를 채울 수 있는 습관들을 묵묵히 해 나가는 것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바로 내가 꿈꾸던 위대한 하루인 것이다.



세상의 모든 마흔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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