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인생은 중간이 없냐
연휴가 길었다.
요즘 MZ들은 연차날 카카오톡 이미지를 변경한다고 한다.
오프나, 연차입니다. 등의 문구가 써진 이미지를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게시한다.
일정을 알리는 용도 + 쉬는 날은 지켜달라는 귀여운 부탁 정도로 느껴진다.
처음엔 '뭘 그렇게 까지 하나' 했지만 연차 날 업무 연락이 심해? 처음으로 설정해 보았다.
나의 착각이었다.
연락할 놈은 다 연락한다.
오프입니다. 는 어쩌면 워라밸의 대표적인 상징이랄까.
일과 삶을 구분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게 하는 작은 시스템처럼 느껴진다.
워라밸이란 말 자체에는 일이 고통을 의미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해석하는 글이 많다.
동감한다.
그래서 탄생한 신조어이기도 하다.
일이 행복하다면 그런 구분을 할 의미가 없을 테니까.
사람의 직업을 들었을 때와 아닐 때는 시선의 공기부터 다르다.
일이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까지 그려지게 할 수 있어 그럴 것이다.
(물론 철저히 타인의 시선)
그런 일이 이렇게 중요한 일이 고통이라니.
그게 고통이니 삶의 행복할리 없다.
그렇다고 일을 내 삶의 다 끌고 오자니 그나마 잠시 잊고 싶은 고통의 순간까지 내가 감내해야 할 것 같아
가혹하게 느껴진다.
일과 삶이 정확히 나눠져 고통과 행복이 공존하면 좋겠다.
나는 그런 인간이 못 되더라.
일이 고통인데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
차라리 24시간 함께 가는 것이
고통도 행복도 아닌 어느 중간쯤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는 것.
작은 것에 집중하는 것.
그게 정신건강에 좋다.
연휴날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조금 쉬고 싶었던 찰나에 그것조차 허용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감정조절이 힘들었다.
그런데 나는 일이 없을 때의 나를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내 마음속 무기력함이 다시 일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데, 일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래, 다시 일을 삶에 끌고 오자.
그 안에서 정적한 온도에서 행복거리들을 찾아내자!
그것 말고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근데, 급하지 않다면 연차날은 되도록 연락을 자제하는
아주아주 작은 배려는 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