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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하루 Dec 21. 2024

자란다

너를 보며 나를 본다

잠시? 백수가 되어 보니 평일 낮의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나이만큼 속도가 붙어서 일까

회사에서는 그렇게 가지 않던 오전 시간도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

평화로움도 잠시 요즘은 먹고사는 걱정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걱정이니 능동적인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전문직을 선택했을 때 평생 그 일을 하고 살 거라는 막연한 확신을 했기에

더 이상 나에게는 다른 직업이나 직장은 고민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시험도 치고 인생에서 값진 것을 갈아 넣고 만든 커리어지만

손을 놓는 순간, 선택지에서 벗어난 순간 이제 나는 맨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돌아갈까?

하루에 한 번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대답은 언제나 '노'



한번 길을 떠났으니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비장함은 전혀 1도 없다. 다만 내 마음이 끌리지 않으니 그냥 내 마음대로 좀 하게 내버려 두고 싶다.



이제는 모든 직업이 나의 선택지에 다시 펼쳐졌다.

서비스직이든 사무직이든 미화직이든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태 말이다.

중요한 건 그 어떤 것에서도 나는 초보나 신입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야 한다는 거다.

뭐든 다 도전해 보겠다는 의지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나태함 사이에서 오늘도 내적 갈등만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려나보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

아들이 웃으면서 엄마~하고 폭 안긴다.



부쩍 크는 아이를 바라본다.

마음이 벅찬 이 행복 앞에 내적갈등 따위는 힘을 잃는다.

학교 급식이 메뉴가 너무 마음에 드는 날은 전날부터 엄마한테 자랑을 한다.



용기가 생기고 힘이 난다.

갑자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깟 시련이 뭐라고 수치가 뭐라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을 견디고 넘기고 이겨내면 될 것을

너무 걱정하고 불안해했다.



이쯤 되면 누가 누굴 키우는지 모르겠다.

거창한 출발이 아니라 인생의 연속선에서 작은 선택일 뿐이다.

내일부터는 힘을 좀 빼고 다시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가 보려 한다.



오늘도 나는 자랐다.



오전에 들어오는 햇살이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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