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 20240508 / 여행을 마치며
열흘 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꽤나 순탄하게 흘러갔다 싶다. 아프거나 도둑 맞거나 하는 불상사도 없었고 크게 일정이 틀어지는 일 또한 없었다. 로마에 길게 머무를 때 로마 근교에 있는 티볼리 Tivoli의 빌라 데스테Villa d'Este를 방문하려 했었지만 카세르타를 너무 감명 깊게 봤던 지라 그냥 로마 구경이나 더 하자 싶어 일정을 변경했던 것이 전부다.
이제 또 이탈리아에 갈 일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인생이란 또 모른다. 비록 이탈리아 음식이 중간에 지겨워져 미각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대신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풍경을 잔뜩 볼 수 있어 시각적으로는 충만한 여행이었다. 게다가 인종차별은 언제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 내가 당하지 않으면 0%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워낙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소소한 인종차별 해프닝 따위는 그냥 참고 넘길 만해졌다. 물론 십수 년 전에 당했던 벨기에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각지에서 당한 인종차별은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다만 그건 또 다음 기회에 풀어 본다. 아무튼 이번 여행기를 브런치에 쓰면서 이탈리아에서 아직도 내가 미처 들르지 못한 곳이 있다는 것을 또 발견했으니까 한 10년 후쯤에는 다시 가고 싶어 질지 모른다.
사실 우여곡절로 따지자면 여행에서 다녀온 뒤가 더 대단했다. 1년 이상 유지해 온 과외를 무려 카톡!으로 잘렸고, 그것도 이탈리아에 다녀온 기념선물을 주고 나서! 갑자기 해고되었다. 기분 상했냐고? 당연히 상했다. 그래도 그 정도 오랜 기간을 안 사이인데 도의라는 게 있지 않나. 게다가 성적도 올려놨는데! 선물을 드리고 돌아선 다음 날 감사 전화가 오기는커녕 카톡으로 해고당하면 오만정 다 떨어진다. 내가 선물을 고르느라 신경 쓴 시간과 정성도 같이 돌려줬으면 좋겠다. 정말 기분이 나빴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회인답게 마무리 하긴 했다. 나는 잘린 막간을 이용해 한동안은 본업에 좀 더 충실하기로 한다. 별로 이탈리아 여행에 유용한 정보는 없었을 테지만 여행을 하면서 떠오른 일련의 잡생각들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