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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팬티 Oct 28. 2024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둘이 오른 새벽산행


 이전 에세이 주제들이 나의 내면에 관한 것이라면 이번 주제는 사회관계속에서의 나에 대한 질문이라고 해석하였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라는 질문이었다면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를 했겠지만 ‘되고싶은가' 라는 말에는 나를 가다듬고 정제하여 혹은 발전시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사람(역할)이 되고싶냐라는 취지가 들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주 수업 다음날 역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고산봉을 올랐다 이번 산행은 특별히 선발대로 자원을 하여 동훈이와 둘이 올라갔다 선발대의 목적은 산행하는 동지들을 위해 미리 등산로의 위험해보이는 돌이나 나뭇가지나, 거미줄을 치우는 것이다  단체로 올라갈때의 경험도 물론 매우 좋지만 소수로 올라 갈때 더욱 농도가 짙은 생각이 나오지 않을까 하여 자원하였다.


 캄캄한 새벽에 둘이 하는 산행의 재미있는 점은 둘이기 때문에 앞장 서는 사람은 '맨 앞'이고 뒤에 서는 사람은 '맨 뒤'라는 점이다. 우선 선봉으로서 산을 올랐다. 새벽이다보니 눈앞은 새까만 어둠이 깔려있어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랜턴으로 평소와 다르게 내 발 밑이 아닌 보다 위와 앞을 비추어야했다. 단체산행에서 중간자리는 다른 사람의 랜턴으로 시야가 이미 밝기도 하거니와 앞을 따라가며 내 바로 발 밑만 보면 되었다. 그러나 맨 앞에서 올라갈때는 바로 다음 발걸음을 보는 것보다 네다섯 걸음 앞을 보고, 걸어가는 길의 상태와 경사를 봐야했다. 또한 행여 뒷 사람과 차이가 날까 걸으면서 속도를 조절하였다 오버페이스로 뒷 사람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고 느린 페이스로 뒷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선봉이라는 자리의 가장 큰 특징은 불안감과 무서움이 있는 어둠을 정면으로 맞서는 위치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번 산행의 묘미는 중간에서 내가 맨 뒷자리로 간때부터였다. 나는 이 대열의 후미를 맡은 사람이 되었고  팔로워가 되어 있었다. 동시에 내 등뒤는 고요한 어둠으로 차있었고 내가 앞에서 마음껏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내  등뒤를 맡아 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 시야는 앞 사람이 봐주었기 때문에 나는 내 발앞쪽에 랜턴을 비추었고 속도는 앞 사람에 맞추면 되었기에 속도를 조절하는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되었다 오롯이 앞의 사람이 맞는 길과 올바른 페이스를 택했을거라 믿고 따라가고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만이 필요했다 앞에서 리더 역할을 해오던 내가 뒤에서 누군가를 팔로우 하는 경험은 신선했다. 속도, 방향을 제시해주는 앞사람을 믿고 따라가니 스트레스도 적었고 마음도 편했다. 다만 리더가 속도를 지나치게 낸다면 팔로워들은 힘들겠다,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지칠 수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산에서의 선봉 역할은 사회에서의 리더의 역할과 같았다 새까만 산속을 걸어가듯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를 밝을 것이라 믿고 , 또한 이 길이 정상을 향하는 길이라 확신하고 랜턴을 들고 나아가는 점, 그 걸음에 믿음으로 무장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각오가 되있을 것. 뒤의 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게 속도를 맞춰주며,힘들어도 티내지 않는 것. 그리고 나를 따라와주는 사람에게 내 등을 온전히 맡길 수 있을 것.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사회에서  캄캄하고 불투명한 어둠을 더 멀리 비추고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거기에  나를 믿고 따라오는 사람에게 힘들지 않나? 라고 웃으면서 말을 건넬 수 있는 다정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싶다


 그 다정함을 알아주고 같이 올라가는 사람을 동지라 부를 수있지 않을까. 동지와 산 정상에서 마주하는 태양은 어느때보다 뜨거웠고 정상에서 맞은 바람은 시원하고 상쾌했다 어떤 일을 내가 앞으로 더 해나갈지 모르겠지만 이 마음을 잊지 않고자 글을 남기고 사회에서 높은 수준을 향해 동료들과 나아가고자 한다. 그곳에서 같이 새로운 태양을 보고 산뜻한 바람을 맞고자 끊임 없이 연마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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