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방법
2023년 3월 둔촌주공 소평 평수 미계약분 무순위 청약이 나왔다.
2022말~23년 초 급격히 폭락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1.3 대책을 내놓는다.
예전 사이클에선 몇 년에 걸쳐 풀 규제를 한 번에 다 풀었다.
아직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었고 둔촌주공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단지로,
일반 분양가가 평당 3,829만원이었다. 다들 비싸다고 난리였다.
먼 과거 얘기가 아니다. 작년 초 분위기였다.
최근 과천의 한 아파트 분양가는 6,275만원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다.
대치동은 분상제가 적용되어 6,530만원이다.
그래서 청약, 분양가 상한제라는 제도의 문제점을 떠나 분상제 아파트는 가능하면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것이다.
무순위 청약 소식을 듣고 둔촌주공 소형의 가치 평가를 했다.
당시 헬리오시티, 리센츠 소형과 비교해도 리스크가 크게 보이지 않았다.
그때의 하락한 아파트 가격이 거의 바닥이라고 확신한 부분도 평가에 반영됐다.
서울 더블역세권 초대단지 아파트라는 기본 프리미엄에 공원, 병원, 초품아
그리고 요즘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 시설까지 생각하면
노후에 현금흐름 창출하기에도 매우 좋은 상품이었다.
1.3 대책 나오기 전에는 12억 넘는 분양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안 나왔다.
그래도 수천 명을 뽑는 59, 84는 본청약에서 완판 됐는데
그만큼 현금을 가진 사람이 내 생각보다 많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번 소형 무순위 청약에도 많은 사람이 몰릴 것 같았다.
내가 신청하면 3주택 취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어머니 이름으로 신청했다.
청약통장을 쓰는 것도 아니고 성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실거주 의무 풀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조건 넣었다.
예상보다 경쟁률은 높지 않았고, 예비 250번.
불안했지만 9배수 이상 뽑았기 때문에 기회는 올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 청약엔 허수가 많고 포기도 많다.
재미로 넣은 사람, 당첨되고 보니 돈 부족한 사람, 고층 아니라고 포기한 사람 등.
결국 내가 직접 가서 종이를 뽑아 동호수를 받고 계약했다.
새 아파트 청약 소식이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은 주변 시세를 토대로 안전마진을 계산한다.
34평 분양가가 19억인데 주변 시세가 20억이니 1억의 안전마진이 있다고 말한다.
나도 얼마 전까지 이렇게 쉽게 생각하곤 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데, 투자 경험이 풍부하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저건 상승장 사이클 때만 적용할 수 있다.
안전마진은 현재 시장이 불확실성이 있는 즉, 리스크가 있냐 없냐를 먼저 분석한 후 계산해야 한다.
만약 앞으로 하락장 혹은 약보합장이 온다면 19억의 분양가는 1억의 안전마진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가격은 안전마진이 충분히 있다.
30% 이상 하락하는 일은 거의 없고 그렇게 떨어진다 해도 짧은 기간이 지나면 반등하는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안 좋은 시장 상황이었지만 둔촌주공 청약은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0년 후에 보면 많이 올라있을 테니 돈 있으면 잡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나마 양심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지막 불꽃처럼 반등한 주변 가격과 비교해서 안전마진을 계산하는 건,
투자 경험이 없거나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혹은 최근 상승장의 경험과 기억만 가지고 있거나.
둔촌주공 소형은 반등장이 오거나 상승장이 시작되면 100%까지 무난히 오를 것으로 봤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 같다.
지금 무리한 대출을 받아 추격매수를 하는 사람은 리스크를 무시한 채,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수익을 내려고 한다.
하지만 리스크를 줄이고 동일한 수익을 얻는 게 더 안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위 두 그림 출처: 하워드 막스의 The Most Important Thing)
최근에 3기신도시 분양가가 올랐다며 사전청약 당첨된 것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는데,
무주택자 포지션에서는 큰 수익을 포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요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는 사전점검을 축제처럼 한다.
무료 커피, 음료에 먹거리까지 제공하고 카트를 타고 단지 전체 조경을 둘러볼 수 있었다.
12,000세대의 대단지의 대한민국 최고 욕세권 아파트 올림픽파크포레온.
커뮤니티를 고급화 한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다.
단순히 많은 복지시설만 있는 게 아니라 내부 자재도 신경을 써서 싸구려 느낌이 나지 않았다.
요즘 아파트 조경이 너무 인위적인 경우도 많은데
여기는 놀랍게도 단지 곳곳에 잔디가 많아서 정말 좋았다.
따뜻한 공원을 걷는 느낌이었다.
서민, 중산층이 만족할만한 거의 모든 것을 갖춘 단지지만,
역설적으로 다음 세대 아파트의 미래를 그려보게 해 준다.
내 생각에 앞으로는
호텔서비스 같은 커뮤니티 프리미엄은 더 중요해질 것이고
자율주행과 로보택시가 대중화되면서 주차장 개수와 크기도 변할 것이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IT클러스터화 되면서 지금의 허접한 아파트 IoT 시스템은 모두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뻔한 평면도가 아닌 인구 구조와 변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평면도가 나올 거고,
저출생과 상관없이 34평보다 큰 대형 평수가 표준이 되는 시대가 올 거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즉, 초소형과 대형의 시대.
그리고 서울의 많은 지역이 초고층 스카이라인으로 덮이면서, 희귀한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상상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살 테니까.
아무튼 어제 행사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났다.
다양한 사정과 전략이 있었겠지만,
역시 다른 사람 말과 미디어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운"이 나에게 오게 하려면..
용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시장을 떠나지 않고
최소한의 가치평가는 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