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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n 06. 2024

시가 지나가는 자리

3. 많이 읽지 않으면 좋은 글을 못 쓰나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어떤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 가르쳐 준 사람은 없다. 각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좀 막막했다. 막연히 어떤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일까? 손에 잡히는 대로 고전을 읽던 나는 재미도 없고 따분하고 이해도 되지 않아 도중에 읽기를 포기했다. 대신 만화책과 무협지에 손을 댔다. 오호, 이런 세상에, 이렇게 재미 있는 글밥이 있다니. 나는 지금도 쉽고 재미 있는 책들이 좋다.


  그러다가 지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지인은 책에 밑줄을 치고 포스트 잇을 붙인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나중에 글을 쓸 때 써먹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때는 그냥 흘러듣고 말았는데 나중에 내가 글을 쓰려고 보니 그 분의 말씀이 생각났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글을 읽는다. 좋은 글이 내 글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다.


  먼저 나에게 다가오는 글귀를 메모했지만 메모한 내용 그대로 쓰지 않았다. 나에게 맞는 상황을 생각하며 그 글을 다시 바꿔 썼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감정으로 대상을 바라볼 것인지 생각했다. 목적이 생기니 글 읽기가 차츰 재밌어졌다. 오호, 목적을 가지고 글을 읽으니 따분하지 않았다.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일어라, 한 권을 책을 쓰기 위해 백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주눅이 든다. 언제 다 읽지.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많이 읽고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라는 말인 줄은 알겠는데 글을 쓸 때 너무 압박감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가 없어도, 조금 가벼워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버거워하는 내 자신과 조금 타협을 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필요하면 읽지 뭐, 가볍게 서너 장 넘기고 글을 정리하니 마음이 가볍다. 가볍게 꾸준히 오래가고 싶다.


 시와 연애할 때는 좋은 시를 읽고 시를 어루만지고 매달리고 입을 맞춰라. 


좋은 말이지만, 누가 시키면 하기 싫은 것이 사람이 심리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즐기면 되지 않나. 맞는 말이지만 너무 진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생각나면 메모하고 좋은 글귀 있으면 메모하고 이야기하다가 생각나면 메모했다가 집에서 정리한다. 


 나는 나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남과 비교하는 일에서 조금은 벗어났다.


나는 나다. 나는 너다는 시를 봤을 때 처음에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너라는 말은 공동체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함께와 순환, 생태주의 관점이 들어가 있다. 이걸 부정하지 않는다. 나도 네가 되고 싶다. 내 안에도 무수한 네가 살고 있으니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인류다. 


하지만 글을 쓸 때에는 나는 나다. 나의 정체성으로 내 이야기로 판을 이루고, 흔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다. 개성이 없는 글은 맛이 없는 음식과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개성은 무엇일까. 그 개성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보다 더 나를 공부했던 이들의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오호, 이것봐라. 완전 맛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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