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우연히 마주친 따스한 선물
이른 아침 시간이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버스에 몸을 싣고 손에 있는 작은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재밌는 것을 찾았는지, 혹은 찾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이 작은 화면 속 무언가와 교감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버스의 맑은 유리창을 통해 상쾌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비스듬히 누워 들어온 햇살을 계속 무시할 수 없어서 작은 화면에서 눈을 떼었다. 자연스레 창 밖으로 넘어가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길가에 주차된 차들,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회색빛 건물들 틈에서 자라고 있는 푸른 나무들이 조화롭게 살고 있었다.
고색역과 맞닿아 있는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었다. 썰물처럼 승객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는 허전함이 남았다. 몸이 제법 가벼워진 버스는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때였다. 한 마리, 아니 여러 마리의 혹등고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도심 속에서 혹등고래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제법 오래된 담벼락이었다. 높지도 그리 넓지도 않은 담벼락에 혹등고래 네 마리가 있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 혹등고래는 헤엄을 치고 있었다.
저 낡은 담벼락에 혹등고래를 키우려고 마음 먹은 사람은 과연 누구일지 궁금했다. 아마도 평생 많은 것을 베풀고도 더 줄 것이 없는지 매 순간 고민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햇살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해졌다.
처음부터 나를 위한 그림이 아니었다. 혹등고래는 한참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 곳을 여러 번 지나 다녔다. 내가 햇살에 눈을 가늘게 뜨며 작은 화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더라면 오늘도 여전히 보지 못했을 것이었다. 한동안 창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동작을 관찰하기도 하고, 주변의 건물이나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시선을 돌리는 작은 노력 하나로 따스함을 선물 받았다.
'안녕, 혹등고래야'
내가 혹등고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혹등고래가 거기 있는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