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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un 01. 2024

이작가야는 말야 (2)

책 읽는 것이 좋아졌어.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부자들의 삶이 궁금했다. 조언을 듣고 싶었고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닐 자신도 없었다. 내향적인 나에게는 '책'이라는 도구만큼 완벽한 것은 없었다. 독서가 싫었던 나는 책을 읽어야만 했다. 


잊고 지냈던 부자들의 독서 리스트를 다시 찾았다. '언젠가 꼭 읽을 거야' 라며 다시 찾지 않을 것처럼 저장해 둔 것이 이 날 빛을 보게 되었다. 제목 만으로도 부담감이 느껴지는 도서 목록이 무려 200권이나 있었다. 나의 지난 독서량을 본다면 20,000년이 지나도 다 못 볼 것이 분명했다. 어마무시한 예상 시간에 질려 버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도서 목록에 집중했다.


'그래, 하나만 골라보자'


내가 고른 책은 <미라클모닝>이었다. 아침잠도 많은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너무도 단순했다. 내용이 궁금했다. 매일 같이 되풀이되는 아침이 어떻게 '미라클'이 될 수 있는지 말이다. 다행히도 나는 이 호기심 덕에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 책 속에는 하루의 시작을 어떻게 루틴화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하면 좋은지, 작가는 어떤 것들을 했는지가 서술되어 있었다.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기상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매우 귀찮고 피곤한 일이다. 학교 수업보다 잠이 중요하던 나였다. 그래도 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지 스스로 감행했다. 7시에서 6시로, 6시에서 5시로, 다시 4시로 점점 일어나는 시간이 당겨졌다. 


매일 저녁, 퇴근 후에 나만의 시간을 찾고자 몇 년을 노력해 왔다. 대부분을 게임이나 미디어를 보거나 술자리를 갖는 등 유흥으로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서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핑계로 나태해졌다. 나태해진 대가는 그저 그런 삶에 잘 반영되어 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내 삶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시간의 흐름 안에서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출처 : Unsplash


4시에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삶이 급속도로 달라졌다. 출근까지 남는 3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보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무언가 해야만 했다. <미라클모닝>을 시작으로 많은 자기 계발 서적들을 읽었다. 그러다 책 속에서 부자들은 운동을 한다는 내용을 접했다.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운동복을 챙겨 입고 그 길로 어둠 속에 몸을 던졌다. 


11월 중순의 새벽 공기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아무런 생각 없이 뛰기 시작했다. 나태해질 대로 나태해진 몸뚱이는 꽤나 육중하게 움직였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숨이 멎을 듯이 가빠왔다. 팔은 늘어지기 시작했고 다리는 물속을 휘젓는 듯 무거워졌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나약했다. 


3개월이 지났다. 추운 겨울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새벽 공기를 육중하게 가르던 나의 모습은 제법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연평균 독서량 0.001권의 아저씨는 월평균 4권의 독서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신도 신체도 건강해진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책에서 많은 것을 얻고 내 삶에 반영했다.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은 버렸다. 주변에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운동과 독서를 지속하면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내 삶은 좋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후로 다시 1년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운동을 가까이하고 책 읽기를 놓지 않았다. 책에서 조언을 구하고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을 되새기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책을 읽기로 다짐했던 그날, 이미 내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길에서 되돌아오지 않았고, 점점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 길의 끝이 '작가' 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고, '작가'라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로서의 삶의 방향에 이제 겨우 한 걸음 떼었다. 조심스레 그 길의 끝을 찾아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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