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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여행자 Jun 05. 2024

대구 갑니다. 뭘 먹으면 좋을까요?

대구사는 서울사람이라서 듣는 질문

대구로 출장 갑니다. 뭐 먹으면 좋을 까요?

대구 사는 서울사람이다 보니 가끔 이런 메시지를 남기는 지인들이 있다. 내 대답은 일관적이고 확고하다.


그래요? 몇 시에 볼까요?

지인으로 갓 입문한 사람들은 당황한다. 입국했으면 여권 들고 알현하러 와야지. 뭐를 그리 물어 싸.


이번에는 안되고요 다음에 봬요. 사장님 모시고 가는 데 뭐가 좋을까요?

외면하려다 측은한 마음이 들어 응대해 주기로 한다.


간단히 육회비빔밥도 좋고요. 한도 넉넉한 법카라면 뭉티기도 좋겠네요.

그리 대답하고 까먹고 있었는 데 나중에 연락이 왔다.


뭉티기랑 육회랑 잘 먹고 왔습니다. 광장시장이랑은 완전히 다르던데요. 사장님이 뭉티기를 너무 좋아하셔서 소주를 몇 병이나 드셨는지 몰라요.



그랬을 거다. 육회를 잘 먹던 사람이라면 더했겠지. 영남지방 생고기는 서울과는 때깔이 다르다. 육회비빔밥에 냉동 고기를 쓰는 서울과 달리 영남에선 비빔밥에도 질 좋은 고기를 쓴다.


냉동한 걸 먹는다고요? 그게 무슨 생고기예요. 서울 사람들 야박하네.


 줘도 남을까 싶을 정도로 푸짐한 육회양에 서울에서 보기 힘든 뭉티기 한 접시를 추가한다. 는 도축 후 등급판정을 위해 하루 동안 냉장숙성하는 데 뭉티기용 부위는 등급판정 예외 품목이라 바로 반출이 가능하다. 문제는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것. 뭉티기는 당일 도축된 고기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도축장이 없어진 서울에선 먹기 어렵다.


그래서 대구, 경북에 오면 뭉티기를 맛봐야 한다. 납작하게 썰은 생고기를 입안에 넣고 조물거리는 순간, 고기가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문경새재를 넘어온 시원한 바람이 보드랍게 느껴지는 들판 맛다.


내일 아침이 펀해지는 참 소주 한잔을 톡 하고 입안에 털어 넣으면. 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물소리 나는 계곡에서 양반주안상을 받는 게 이런 느낌이었겠지.


조선시대 청나라 사신이 와서 돼지고기 좀 먹자고 사정해도 돼지 애완용으로나 키웠던 소고기에 진심인 민족이니까. 그러니까 대구 오면 생고기 먹자. 그리고 먼저 지갑을 열자. 사주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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