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쉽지 않다. 하루종일 찾아온 스트레스가 남기고 간 허무함을 달래러 왔다. 라멘을 반 그릇쯤 비웠을 때 같이 온 종료가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맛이 좀 변했다. 보기엔 비슷했는 데 뭔가 빠진 것만 같았다. 국물을 머금고 혀 끝으로 애타게 찾아봤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타지에서 느끼는 외롭고 쓸쓸한 맛.
어떤 맛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도 나도 먼 도시에서 온 타지인 이다. 그는 이 도시에서 십 년 넘게 살아왔지만 이마에 낙인이 찍힌 것처럼 결국엔 여기 사람 아니죠라는 말이 돌아온다고 했다. 어디 사람이란 것은한번 결정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유전자 같다.
한국인 부인이 요리를 하고 일본인 남편이 서빙하는 일본 라멘집이었는 데남편이 보이질 않았다. 물어볼 수는 없었다. 피규어가 가득했던 남편의 흔적조차 지워지고 없었다.
그제야 빠져 있는 맛이 생각났다. 고향의 맛을 재현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만들면 만들수록 고향에서 멀어져 간다. 돌아가기 전엔 결코 채울 수 없는 맛.
외롭고 쓸쓸한 맛이 나는 탄탄멘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일어섰다. 눈가가 거뭇해진 여주인에게 다가가 아무 말 없이 밥값을 냈다. 무거워진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후드득.이제 불 켜진 가게도 몇 안 남은 깜깜한 구도심에 추적추적 비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