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유학온 대학원생에게 물었더니, 형님 대구가 훨씬 더워요란다. 태국은건물 안에 들어가면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트는 데, 한국에어컨은 미지근하다고. 그래 우리가 어른들의 사정으로 미지근 하지라고 끝내기엔 대구는 여름에 미친 듯이 덥다. 밖에 나가면 바로 삼보땀콸콸이다.
국수의 도시 대구에서 여름철에 즐길 수 있는 별미에는 김치말이국수가 있다. 고기 먹고 어쩌다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이 메뉴가 대구에선 국수의 도시답게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전문점이 있다.
자작하게 얼은 빨간 육수에 수북이 올려진 노란 지단을 보는 순간 마음을 사로 잡힌다. 후루룩. 선국물 후면. 칼칼한 김치맛으로 시작한 국물은 시원한 동치미맛으로 끝이 난다. 이런 맛이라면 몇 모금이라도 들이킬 수 있겠다. 젓가락으로 휘휘 젓고 국수를 먹어본다. 탱글거리는 국수와 쫄깃한 열무김치가 잘 어울린다.
바작한 얼음 육수 아래에는 수북한 김가루와 으깬 두부가 들어있어 부드러운 맛이 더해진다. 이게 뭐라고. 후루룩 거리다 보면 한 그릇이 뚝딱이다.두손으로공손히 면기를 들고 남은 국물까지 꿀꺽꿀꺽. 하아!하는 소리와 함께 땀방울이 쏙 들어가고, 더위 따위는 잊어버리게 만드는 찬기운이 온몸에 가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