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참기 프로젝트는 하고 싶은 것을 10번을 참아 모은 돈으로 한번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우동을 열 번 참고 시코쿠로 날아가 108 사찰 순례길을 걷는 우동 순례자가 되기로 결심했었다. 시코쿠의 옛이름은 사누키. 일본에서도 유명한 우동의 본고장이다. 아쉽게도 이 프로젝트는 실현되지 못했다. 망언, 항공노선 운휴, 코로나 등 폭풍처럼 몰려온 외부 악재로 위시리스트에서 버킷리스트로 넘어가 버렸다.
남들은 인생을 걸고 사랑한다는 데, 공연. 책. 맛집. 이런 것에서 위로받는 나는 참 저렴하다 싶은 삶을 살고 있다. 도쿄에서 유명한 책거리 칸다는 못 가 봤지만 거기서 유명하다는 라멘집 와이즈에서 비법을 전수받았다는 칸다소바 동성로점에 갔다.
오픈런은 아니었지만 운이 좋아서 하루 120그릇 한정이라는 츠케멘을 주문했다. 쓰게지루 국물에 면을 찍어서 후루룩 먹어보니 부드러운 낫토의 맛과 탱글거리는 소바가 잘 어울렸다. 그릇 째 들고 후룩거리며 면을 치게 만드는 마성의 중독성있다. 짜 보이기만 하던 국물을 바닥이 보일 정도로 비우고 나서. 시원한 물 한 컵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입안이 말끔해졌다. 맥주면 더 좋을 뻔 랬네. 오늘은 월요일을 앞두고 이렇게라도 위로받아야 하는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