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는 김치찌개를 먹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김치찜을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김치찜은 잘 익은 포기김치와 돼지고기 한 덩어리에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은 다음 한 시간 넘게 졸여낸 요리입니다. 부들부들해진 김치를 찢어 흰쌀밥 위에 올리고, 함께 익힌 보들보들한 고기를 가위로 잘게 잘라 함께 먹습니다. 김치찌개가 끓기 전까지 말이죠.
전 회사 동료와 함께 늦은 점심을 먹으러 대구시청 근처 한옥집에 갔습니다. 골목 입구부터 구수한 김치찜 냄새가 느껴집니다.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 더운 날씨 같은 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죠.
둘에 찜 하나요.
술은요?
소주하나 맥주하나주세요.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을 했습니다. 서울 명동의 유명한 곰탕집 하동관의 단골 주문법처럼 김치찜집에서도 단골마다 주문하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찌개 둘에 찜 하나는 2명이 식사 겸 반주를 하러 왔을 때 주문하는 공식입니다.
김치찜에 시원한 쏘맥 한잔을 마시고 있는 데, 불판에 김치찌개가 놓여졌습니다. 김치, 고기, 두부, 야채를 넣고 젓갈의 맛이 감칠맛으로 변할 때까지 푹 끓여냅니다. 아참. 라면을 잊으면 안 되겠죠. 하나를 얼른 올려봅니다.
시큼한 맛을 풍기던 김치가 보골보골 끓다가 어느 순간 재료들과 어우러져 부드러워지는 순간이 옵니다. 비로소 침이 꼴까닥 넘어가는 김치찌개로 다시 태어난 것이죠. 그 순간이야 말로팀원을 품을 리더의 탄생을 보는 듯합니다.냄비에 든 찌개를 나눠 먹는 것은 한 팀이 되어보자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크으. 쏘맥 한잔을 다시 말았습니다. 크으. 찌개 한 숟갈을 입에 넣었습니다. 일상의 아쉬움은 칼칼하지만 식탁 위의 우정은 달달합니다. 국물은 점점 줄어들었고 술병도 점점 비워져 나갔습니다.
여기까지 합시다.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앉아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같은 팀에 속한다는 것은 같은 방향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일입니다. 타지에서 그런 사람을 만났었다니 저는 참 운수 좋았던 시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