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에서도 셈을 잘해야 합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필요 없는지, 더하기와 빼기를 잘할 줄 알아야 하죠. 통장 잔액이나 대출금에 대한 계산도 중요하지만, 가족관계에서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하기와 빼기 중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빼기입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야 답이 나올 때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에서 빼는 것은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을 의미합니다.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성취된다.”
이 말처럼, 우리의 인간관계가 힘들어지는 이유는 필요한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빼야 할 것은 원가정의 그림자입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내가 살아온 원가정에 현재의 가정을 더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 플러스 원의 개념이 아니죠. 결혼 생활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원가정의 그림자를 덜어내지 못해서 생깁니다. 이 말은 부모님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로 빼야 할 것은 권위주의입니다. 권위주의는 일방적이고 통제적이며 강압적인 태도를 말합니다. 가족은 평등해야 합니다. 여기서 평등이란 모든 사람이 똑같은 권위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다릅니다. 권위는 역할과 책임을 뜻하지만, 권위주의는 일방적으로 지배하려는 태도입니다. 가족 내에서 권위는 필요합니다. 부모와 자녀, 형제 간에 역할과 질서를 존중하는 관계가 건강한 가정입니다. 그러나,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차별과 억압을 낳습니다. 성별, 나이, 역할에 따라 가족 간에 불필요한 차별이 생기고, 그것이 권위주의로 이어집니다. 차별과 권위주의를 빼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빼야 할 것은 폭력적인 요소, 특히 욕설입니다. 가족 상담을 하다 보면 ‘욕하는 가족’이 놀랄 정도로 많습니다. 이들은 욕을 일상적인 대화로 생각하며 자신이 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그냥 이렇게 대화해요. 욕이 아니에요. 친해서 그래요.”
이런 말을 하며 스스로를 변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왜 직장 상사나 중요한 자리에서는 그런 말투를 쓰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본인들도 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욕설은 그저 말이 아닙니다. 말의 형태로 포장된 독극물입니다. 자주 듣고 나누다 보면 무뎌지겠지만, 그 독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욕설을 주고받으면 서로의 감정과 관계는 서서히 피폐해집니다. 가정에서 나누는 욕설은 서로에게 독을 나눠 마시며 감정적으로 병들어가는 지름길입니다.
네 번째로 빼야 할 것은 비현실적인 규칙입니다. 통제적인 가족 구성원이 정해 놓은 비현실적인 규칙은 가정을 경직시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집은 저녁 9시까지 무조건 귀가해야 해. 외박은 절대 금지야,"
"대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핸드폰 금지야. 핸드폰 가지면 대학 떨어진다,"
"식구라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같이 밥 먹어야 한다."
이런 비현실적인 규칙들은 가족을 통제하고 압박하게 됩니다. 규칙이 있는 가정은 바람직하지만, 그 규칙은 합리적이고 수정 가능해야 합니다. ‘절대로’, ‘반드시’ 같은 단어가 붙으면 그 규칙은 비현실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가족 관계에서 힘을 빼는 것도 필요합니다. 가족 앞에서도 긴장하고 잔뜩 힘을 주고 있다면, 어디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어느 내담자가 치과에 갔을 때 의사는 어금니가 심하게 닳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평소에 어금니를 꽉 물고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낮 동안뿐만 아니라 잠을 자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어금니를 물고 잤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자신을 지나치게 긴장시키며 살았던 습관이 그렇게 나타난 것입니다. 내담자는 오랜 세월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에게 잔뜩 들어가 있는 불필요한 힘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관계에서 더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빼야 답이 나옵니다. 책임감에 몰두하다 보면 자꾸 무언가를 더하려고만 생각하게 되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것이 더 나은 관계로 가는 길입니다.
가족관계에서 잘 빼야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