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제는 예전에 상담했던 내담자를 만났습니다. 그분과의 만남이 벌써 2년 전 일이더군요. 저는 힘든 시기가 이미 지나갔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분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내담자가 또다시 억울한 상황에 휘말려 심적으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도 때때로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에 저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살다 보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정말 없죠. 사실, 마음대로 안 돼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억울한 일, 황당한 일은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게 또 쉽지가 않아요.
저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우연히 만난 이야기가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바로, ‘너도 밤나무’이야기였습니다.
너도 밤나무의 전설
우리나라에서 너도 밤나무는 울릉도에서만 자란다고 합니다.
전설 같은 이야기인데, 이런 내용이에요.
옛날, 울릉도에 사람들이 처음 정착할 무렵, 산신령이 나타나 경고를 합니다.
“여기에 밤나무 100그루를 심지 않으면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밤나무를 모았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100그루를 심었다고 믿었죠. 그런데, 산신령이 나무를 세다 보니...
99그루. 한 그루가 모자랐던 겁니다.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이제 우리 마을은 끝났구나...”
그때, 어디선가 조그만 나무가 외쳤습니다.
“나도 밤나무야!”
산신령이 어이없어 물었죠.
“뭐? 너도 밤나무라고?”
그 나무는 기죽지 않고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네! 나도 밤나무예요!”
산신령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너도 밤나무다.”
그렇게 해서 마을은 재앙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나무는 **‘너도 밤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너도 밤나무, 너도 괜찮아
이 이야기를 알게 된 후, 제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을 때마다
**‘너도 밤나무야’**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 말이 저를 위로했습니다.
“그래. 괜찮아. 너도 밤나무야.”
어려운 일을 겪으면 마치 나만 세상에서 이탈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원 안에 있는데, 나만 튕겨나온 것 같고,
모두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너도 밤나무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치 누군가가 조용히 손을 내밀어 원 안으로 끌어주는 느낌이 듭니다.
“힘들지? 괜찮아. 너도 좋은 사람이야. 너도 행복해질 수 있어.”
그 한마디가 얼마나 따뜻한지 모릅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새해를 꿈꾸며 계획을 세우기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너무 많아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런 시간을 보내는 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너도 밤나무야.
너도 괜찮아질 거야.
너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