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와 도마뱀

웃픈 현실의 가장 성장 에세이

by 호연지기

"돼지고기"


제 딸아이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제 이름은 돼지고기입니다. 저는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나 오리고기를 더 선호합니다만 천방지축 제 딸아이에게 저의 선호사항 따위는 안중에 없습니다.


"딸, 왜 아빠가 돼지고기야?"


라고 물으면


"아빠, 돼지잖아. 뚱뚱해 우~"


라고 이야기 합니다. 눈물이 난다면 이건 슬퍼서 나는 걸까요 웃겨서 나는 걸까요. 아마 둘 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버릇없는 아이로 자랄까 걱정이 되는 마음과 함께 외동인 딸아이가 안쓰러운 마음에 엄한 아빠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정말 저를 친구로 생각합니다. 아니 자기보다 더 낮게 봅니다.


"아빠는 우리 집에서 엄마, 구피(물고기), 블루크랩, 방토(방울토마토), 반려돌 다음이야."


제 서열이 반려돌 다음이랍니다. 솔직히 웃깁니다. 그래서 반박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말합니다.


"핵노잼"


그러면 아이는 한껏 약이 올라서 저에게 달려듭니다.


제 딸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9살입니다. 아직은 아빠와 노는 게 제일 좋다고 이야기하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저도 아빠는 처음인지라 서툰 게 더 많습니다.


풍족하지 않았던 제 어릴 적을 비춰보았을 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누가 무엇을 사주었을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레고를 사주셨을 때, 어머니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2000월짜리 거북이 두 마리를 사주셨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무언가 사주면 행복이 될까, 넘치도록 많은 무언가를 사주었습니다. 장난감부터 옷, 간식 등 마치 부족했던 제 어린시절을 보상하듯 아이에게는 부족함 없이 해주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초등학생 2학년인 아이는 딱히 원하는게 없습니다. 아이가 원하기 전에 무엇이든 다 채워주려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 기준에서 아이를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가 요즘은 도마뱀을 키워보고 싶다고 합니다.


자와 아내는 파충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마 아실 겁니다. 도마뱀을 키운다면 그건 아빠 엄마 몫이라는 것을요.


" 딸, 지금 있는 구피도 엄마가 매일 밥 주고 있는 것 알지?"


"응, 알지."


"여기에 도마뱀까지 키운다면 엄마 아빠는 너무 벅찰 것 같은데?


"도마뱀은 내가 잘 키울 수 있어. 밥도 주고 물도 갈아 줄 거야."


도마뱀을 키우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생각보다 크네요.


"그럼 이렇게 하자. 방학이니까, 한 달 동안 네가 구피랑 블루크랩 먹이를 줘. 그러고 난 다음에 도마뱀을 키울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응! 알겠어!"


아이는 지금 키우고 있는 구피와 블루아이크랩의 먹이를 매일 줄 수 있다고 호언 장담합니다.


방학인 요즘,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반려 동물들을 챙깁니다. 그러면서 날짜를 세기 시작합니다.


"아빠, 이제 25일 남았어!"


"아빠 이제 15일 남았어!"


"아빠 다음 주 월요일이면 도마뱀 사기로 한 날이야!"


그렇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도마뱀 가족을 맞이하게 생겼네요.


도마뱀 잘 키울 수 있을까요?


아이 덕분에 저도 더불어 자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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