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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Jul 01. 2024

여수행 새벽 기차

1990년 어느 밤....... 선배.. 나 사실.. 뭐.. 아니에요. 

1990년 어느 밤.. 


학교에서 막걸리를 마시다가 급하게 결정한 여수행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마지막 기차를 타고 여수로 떠났다. 


밤 12시에 떠난 비둘기호 열차는 새벽 5시가 되어서야 


나를 여수역에 내려주었다. 


돈도 없고 할 일도 없던 청춘 


나는 오동도를 향해 걸었다. 

오동도에서 도착하자 해가 떠올랐다.


해가 떠 오르자 여수에 촘촘히 박힌 섬들이 별처럼 반짝였다.

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배들이 유성처럼 바다를 갈락고

유성의 꼬리 같은 파도가 수없이 밀려왔다.


동백섬에는 이미 저버린 붉은 동백이 처연하게 굴러 다녔다. 


"좀 일찍 올 것을 그랬나...." 


오동도를 빠져나와 진남관까지 걸었다. 


꽤 멀었다. 

하지만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었다. 


주머니를 뒤져 보니 돈도 없었다. 

당장 아침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돌아갈 기차비를 계산하고 나니 남은 돈은 동전 몇 개뿐이었다. 


유일하게 아는 전화번호를 전화를 걸었다. 


이 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이었다. 


"누구세요. "

"안녕하세요. 어머님 "

"저는 지현이 선배인데요. "


지현이 있나요? 

잠시만요.. 

지현아...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곧 지현이가 전화를 받았다. 


지현아.. 

선배... 

웬일이야.. 

아. 선배 여수에 왔다. 


혼자? 


어.. 


그래.. 


어디야? 


여기 진남관인데... 


미안한데 


선배 밥 좀 사줘라.. 


뭐야.. 


그럼 이제까지 굶은 거야.. 


어.. 


갑자기 술 먹다가 여수 바다가 보고 싶어서.. 


왔는데 돈이 없네.. 


지현이는 진남관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30분쯤 지나서 나타났다. 


우린 진남관 근처에서 점심 겸 아침을 먹었다. 


지현아 고맙다.. 


네가 전화 안 받았으면 하루 종일 굶을뻔했다. ㅎ 


선배는 미리전화하지.... 


그랬으면 내가 마중 나갈 것을... 


무슨.. 나 오늘 새 백 5시에 왔어.. 


뭐야.. 그럼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은 거야.. 


그러니까.. 벌써 1시네... 


지현이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아니면 

내 굶주린 배가 걱정되었는지 눈가에 눈물이 보였다.


밥을 먹고 걸어 돌산대교를 건넜다. 

다리는 길었고 물살을 거칠고 물색은 진했다.


지현아.. 학교 재밌어? 

뭐... 좋아요. 다들 잘해주고.. 

선배도 잘해주잖아요.. 


지현이는 저녁까지 사주었다. 


선배.. 나 사실.. 뭐.. 아니에요. 

그때 왜 저랑 자전거 타고 잠깐 여행한 적 있잖아요. 

아.. 그때 너 태우고 자전거 타고 학교 밖에 잠시 나갔을 때 

그때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나도 그랬어. 


정말요.


선배 기차 시간 다 되어가요.. 


어.. 


선배 이거 선물이에요. 


지현이는 나에게 선물이라면 작은 상자를 건네어주었다. 


지현이가 떠나고 난 뒤 선물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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